스코틀랜드 수도 에딘버러 외곽에 자리잡은 로슬린연구소와 생명공학업체
PPL세러퓨틱스는 최근 전세계 생명공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양대
주역들이다.

이들의 양복제성공은 급기야 인간복제논쟁으로 이어졌고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이 연구토양을 키워온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와 글래스고에 걸쳐있는
"실리콘글렌"지역은 유럽 생명공학의 신흥 메카로 주목받게 됐다.

론 제임스 PPL세러퓨틱스사장은 "다양한 바이오 의약품을 대량 생산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이번 사건을 평가했다.

돌리 복제기술을 바이오의 약품생산에 적용할 경우 돈방석에 앉게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말이다.

"돌리"는 최초로 체세포를 사용해 동물복제에 성공한 사례다.

연구팀은 6년생 암양 체세포에서 추출한 세포핵에 대해 영양공급을 줄이고
냉동처리한 다음 다른 양의 무핵난자와 결합시켰다.

체세포와 난자간의 증식사이클을 일치시킴으로써 복제양을 탄생시킨
것이다.

PPL사는 이 방법을 사용해 인간의 단백질을 분비하는 유전자조작 동물을
대량 복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인간단백질 "항트립신알파1"을 분비하는 유전자를 함유한 양을
복제할 경우 해당물질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트립신알파1"은 서양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유전병인 포낭폐기종의
치료제로 시장규모는 2억5천만달러에 이른다.

이 회사는 유사한 방법으로 수술봉합제 피브리노진을 비롯 화상이나
외상치료에 사용되는 혈청알부민,혈액응고방지제인 프로틴C 등 시장규모
수십억달러 상당의 각종 인간단백질도 양산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인체 이식용 심장을 지닌 돼지를 복제할 계획도 밝혔다.

PPL사는 1백25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이중 약 80명이 박사학위
소지자다.

스코틀랜드에는 PPL사외에 수십개의 현지업체와 외국생명공학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대표적인 외국업체는 미국의 시그마와 존슨앤 존슨, 스위스 시바가이기,
프랑스 롱프랑 등이다.

스코틀랜드를 포함한 영국에는 생명공학관련 유럽기업중 3분의 1이 최근
이주해 왔으며 스코틀랜드는 이같은 흐름을 이끄는 선도지역이다.

유럽 생명공학업체들이 이처럼 쇄도하는 것은 고급인력조달이 용이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대학 졸업생중 학사학위 소지자의 13%, 박사학위
소지자의 18%가 생명공학 전공자다.

또 대학에서 연구풍토가 정착돼 있어 생명공학 관련 신발견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대학과 기업간의 산학협동체제도 잘 구축돼 있다.

기업이 후원하는 각종 연구프로젝트를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수행해
결실을 일궈낸다.

동물복제에 대한 큰 반발이 없는 지역정서도 다른 유럽국가와 차별점이다.

유럽연합(EU)내의 약품판매여부를 담당하는 유럽의약평가기구(EMEA)본부가
런던에 소재한 점도 작용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런던까지 여객기로 1시간 거리이며 육로로도 쉽게
이동가능하다.

영국 금융기관들은 생명공학업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창업투자회사들과 투자자들은 언제 이익을 낼지 모르는 연구풍의
벤처기업들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PPL사의 주가는 "돌리"발표 직후 하루만에 15.7%나 뛰었다.

스코틀랜드는 다가오는 21세기에 유럽생명공학의 중심지로 부상할 날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 에딘버러(스코틀랜드) = 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