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최대 기업인 포모사그룹 왕융칭(왕영경)회장은 정부도 다루기 힘든
고집불통의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그런 왕회장이 또다시 특유의 고집을 부리고 나섰다.

그동안 대만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미뤄왔던 중국 후젠(복건)성에 화력
발전소건설을 강행키로 공식 결정했다는 것.

대만당국의 허가도 받지 않은채 전격적으로 기정사실인양 공식 발표해
버렸다.

왕회장의 고단수에 의표를 찔린 주무장관인 왕치캉 경제부장은 "관계법의
위산사실이 가려지는대로 즉각 처벌하겠다"면서 격분하고 있다.

이제 노회한 왕회장이 어떤 식으로 다음 수를 구사할지 관심거리다.

대만정부로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대만기업들의 본토투자는 줄을 이룰 것이 뻔하다.

이렇게 되면 대만경제의 중국 예속화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대만 당국의 만류가 끝까지 통할지도 미지수다.

왕회장의 결심이 워낙 확고부동한데다 중국과 대만사이를 오가면서 벌이는
그의 협상능력은 가히 천부적이다.

왕회장과 대만정부는 7년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신경전을 경험했었다.

당시 왕회장은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중국에 화확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대만정부의 반대 때문에 무산되긴 했지만 그 대가로 5년간 세금면제와
대만내 공장부지를 헐값에 살 수 있는 "특혜"를 얻어냈다.

왕회장은 그러나 "이번만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7년전처럼 특혜를 준다고 물러서지 않겠다면서 배수진을 쳐버렸다.

30억달러규모의 이 프로젝트가 올해로 82세인 왕회장에게 생의 마지막
사업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만정부와 황소고집 노기업인간의 힘겨루기가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