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시트로앵 자동차 회사를 설립한 앙드레 시트로앵은 군장교
출신으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정통 엔지니어이면서도 도박에 능통한
재주꾼이었다.

하루는 농부가 나무 톱니바퀴의 수명을 길게 하기 위해 기어를 V자 모양
으로 깎는 것을 보고 꺾쇠 모양의 기어를 고안하게 되었다.

그리고 군 생활을 청산하고 나자 바로 자신의 전 재산을 기어 공장에 투자
하는 도박을 하게 되었다.

결국 시트로앵은 꺾쇠 모양의 기어 하나로 큰 돈을 벌게 되었고 이후
시트로앵 회사를 대표하는 엠블렘은 두개의 꺾쇠 모양이 되었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그는 기어 공장과 군수품 공장을 자동차 공장으로 즉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는 미국의 대량생산 방식을 배워와 1년에 10만대 이상을 생산함으로써
당시 굴지의 푸조 르노와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시트로앵은 도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도박에 빠져 있는 동안 시트로앵 자동차 판매는 부진하였고 시트로앵은
시장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자동차를 필요로 하였다.

이제 기존의 시트로앵 자동차와는 차원이 다른 트락션 아방을 1934년 발표
하기에 이르렀다.

겉보기엔 평범한 스타일의 이 차를 혁신적인 차로 평가하는 까닭은 그
기술에 있다.

무엇보다도 트락션 아방은 최초의 전륜 구동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엔진이 앞에 있고 긴 드라이브 샤프트를 이용하여 뒷바퀴를 돌리던
후륜구동방식에서 탈피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토션바를 이용한 근대적인 서스펜션과 유압식 브레이크등
많은 신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근대적인 자동차 기술의 틀을 잡은 차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획기적인 기술을 위한 과도한 투자로 인해 재정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오토 미션의 개발에 실패하여 결국
시트로앵은 쓰러지고 말았다.

그후 시트로앵 자동차는 자신의 타이어 공급회사이자 재정 지원자였던
미쉐린 자동차에 넘어가게 되었고 이 충격으로 시트로앵은 1935년 쓸쓸히
죽게 되었다.

김상권 < 현대자동차 승용제품개발 제2연구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