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제일은행에 대한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 조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은행감독원의 경고와 신용평가기관의 지적을 무시하고 대출을 한 경위
<>한보철강의 주거래 은행이 서울은행에서 제일은행으로 바뀐 경위 <>한보
부도가 사실상 권력의 비호아래 지연됐다는 의혹 <>한보의 유원건설 인수
특혜의혹 등을 따졌다.


[[[ 대출 외압여부 ]]]

여야 의원들은 제일은행이 치밀한 사업성 검토없이 신용평가 전문기관으로
부터 대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한보철강에 거액을
대출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국민회의 김원길 의원은 "한보철강에 최초로 여신을 취급한 지난 93년 10월
실무심사역의 심사의견은 장단기 상환능력과 담보력이 미흡한 평점 36점의
E급이었으며 이에따라 여신에 문제가 있다는 반대의견을 표시했음에도 불구,
계속해서 대출이 나간 이유는 무언가"라고 캐물었다.

신한국당 박주천 의원은 "지난 95년은 한보철강의 부채비율이 8백45%,
경상손실은 2백80억원이 넘었던 시점이었으나, 종합평가표상 재무상태에는
최하등급을 주면서도 사업전망, 은행과의 관계, 경영방식, 경영능력 등
주관적 항목에 높은 평점을 주는 편법을 동원했다"며 대출심사서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신한국당 이사철 의원은 "지난 94년 신용평가기관이 한보에 대해 대출금
회수가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는데도 5천억원 가까운 돈을 빌려준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국민회의 조순형 의원은 "제일은행의 한보대출 이사회 결의서를 보면 한보는
이미 95년 11월부터 당진제철소 건설에 따른 소요자금및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위기에 직면해 있었다"며 "당시 부도처리되지 않은 것은 권력핵심부
의 비호와 15대 총선에 대한 정치적 고려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시열 제일은행장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프로젝트여서 은행의 전문성 한계로 자체적인 사업성 검토는 제대로
못했으나 94년에는 장기적인 순익전망이 좋다고 생각돼 대출을 했고 이후에는
대출금 회수를 위해 어쩔수 없이 계속 돈을 댔으며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유원건설 인수 ]]]

의원들은 지난 95년 6월 유원건설 인수협상 당시 대성산업쪽으로 기울던
인수협상이 돌연 한보철강으로 선회하게 된데는 한보와 제일은행, 그리고
권력의 개입의혹이 있다는데 질의의 촛점을 맞췄다.

신한국당 김재천, 국민회의 이상수 의원은 "유원건설 인수시 당시 이철수
행장지시로 윤진식 청와대 비서관에게 2~3차례 업무보고를 했고 그후에도
청와대에서 1~2차례 전화를 걸어 인수과정에 관심을 보였다"는 제일은행
박석태 상무의 검찰진술을 인용, 인수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신한국당 맹형규 의원은 "당시 대성산업은 자기자본대 부채비율이 2백60%로
한보의 5백34%보다 유리했다"며 "제일은행이 제시한 인수조건과 한보의
인수안이 거의 일치한 것은 사전에 짜고 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자민련 이인구은 "한보는 유원건설을 인수하면서 유원주식을 주당 1원씩
계산했고 당시 한보에 지원한 3천5백억원은 실사손실분 2천21억원을 모두
상계하고도 1천4백79억원이 추가로 지원된 것인데 이는 엄청난 특혜가
아니냐"고 캐물었다.

이에 대해 유시열 행장은 "유원의 인수자가 마지막에 한보로 결정된 것은
대성산업이 영업권의 선인수 후정산 조건을 거부하고 법정관리를 지속해줄
것을 조건으로 내세워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답변했다.

[[[ 주거래은행 변경 ]]]

신한국당 박헌기, 민주당 이규정 의원은 수서사건이후 서울은행이 한보그룹
의 경영상태를 정밀 조사한후 추가대출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주거래은행이
제일은행으로 바뀐 것은 권력핵심을 배경으로 한 한보의 요구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추궁했다.

신한국당 김경재 의원은 "한보의 비극은 제일은행이 한보의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서 비롯됐다"며 "95년 2월 주거래은행 조정 당시 제일은행은 주거래
은행을 맡기를 꺼려왔는데 은행감독원 조정과정에서 제일은행으로 결정된
경위가 무었이냐"고 따졌다.

유시열 행장은 "당시 주거래은행이 되는 것을 주저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주거래은행이 되면 복잡한 업무가 많아지므로 맡기를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는 한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선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