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혜성이 나타나면 고대인들은 공포에 떨었다.

하늘에서 길게 꼬리를 끄는 불덩어리가 분명 누군가의 불운을 말해주는
전조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하늘에 나타나는 그런 변괴는 지상에 위험이 닥쳐온다는 징후로 생각했던
것이다.

문명시대에 들어선 후에도 사람들은 혜성을 흉조로 봤다.

1066년 정복왕 윌리엄1세가 영국 침공을 준비하고 있을때 혜성이
나타났다.

그 후 색슨족의 해롤드왕이 윌리엄1세에게 패배해 노르만왕조가
시작됐으나 사람들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흉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혜성은 1682년에 에드먼드 핼리에 의해 76년마다 출현하는 핼리
혜성으로 판명됐다.

혜성이란 태양계 내에서 태양 둘레를 타원 또는 포물선 궤도로 도는
긴 꼬리를 가진 천체를 가리킨다.

살별이라고도 한다.

혜성의 관측기록은 BC3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금까지
1천6백여개가 알려졌고 그 중 약 6백개의 궤도요소가 계산돼 있다.

4천여년전에 지구를 찾아왔던 것으로 추정되는 헤일 밥 혜성이 95년
7월22일 미국의 앨런 헤일과 토마스 밥에 의해 거의 동시에 발견됐다.

혜성중에서도 헤일 밥은 "대혜성"이라고 불린다.

이 혜성의 지금이 무려 40km에 이르러 핼리 혜성보다 4배나 크고 꼬리가
1억km에 달하기 때문이다.

혜성은 영하 2백도에 가까운 극저온의 별로 헤일 밥 혜성은 지난 1일
근일점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에도 핵의 온도는
영하 1백70도 이상 올라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혜성을 구성하는 성분들은 거대한 눈이나 얼음 덩어리 형태를
띄고 있다.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이 덩어리들이 태양열로 휘발성 입자들을 증발하면서
거대한 가스구름을 형성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혜성의 머리부분인 "코마"이다.

"코마"가 태양에서 뿜어나오는 태양풍의 영향을 받아 긴 꼬리를 형성한다.

이 가스구름이 빚어내는 빛의 향연이 장관인 혜성의 우주쇼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혜성에 관심을 갖는 건 빛의 아름다움에 있는 게
아니다.

인간과 지구기원에 대한 의문을 푸는 열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헤일 밥 혜성은 우주를 배회하다가 2380년후에 다시 지구를 찾아온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