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이 "디지털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해커들의 무차별 공습에 미국 NASA(항공우주국), 법무부,
CIA(중앙정보국), 영국 노동당, 루마니아 정부등 전세계 주요 공공 기관들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잇따라 "쑥대밭"이 된 것.

이달초 "H4GIS"란 해커집단이 NASA 홈페이지에 사이버 테러를 감행했다.

이 해커집단은 미국에 구속 수감중인 범인 2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후속
해킹을 감행할 것이라고 공언해 충격을 던졌다.

지난해 8월에는 인터넷에 음란물 게재행위를 처벌하자는 통신검열법안을
입안한 미국 법무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해커가 침입, 음란물을 올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해커는 "통신검열법안은 기본권에 대한 침해"라며 "법무부는 법안에
서명한 클린턴 대통령의 권한부터 우선 제한할 것"을 주장했다.

또 나치 문장을 배경으로 한 히틀러의 초상과 함께 "자유의 나라로
나의 무덤을 옮겨달라"는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의 희화화한
모습을 담았다.

미 법무부는 해커의 교묘한 기술력에 홈페이지를 즉각 복구하지 못해
하루동안 홈페이지의 문을 닫는 수모도 겪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 컴퓨터 해커가 루마니아 대통령 결선투표를 이틀
앞두고 당시 정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온 일리에스쿠 대통령의 사진을
에밀 콘스탄티네스쿠 후보의 모습으로 바꿔치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후 결국 콘스탄티네스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이
해킹사건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받았다.

또 최근에는 미 CIA와 미 공군의 홈페이지가 해커의 공습을 받아 CIA
국장 사진이 뒤바뀌는등의 피해를 입었으며 영국 노동당의 홈페이지도
사이버 테러의 희생물이 됐다.

미국의 컴퓨터 보안 전문가인 댄 파머는 지난해 2천2백여개의 전세계
주요 웹사이트의 보안 상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전세계 6백60개 은행, 북미 지역의 3백12개 신문사, 47개의
미 연방정부 사이트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이중 신문사 사이트의
70%, 은행의 68%, 연방정부의 62%가 해커의 침입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냈다.

특히 전체의 30% 이상을 해커들의 침입에 무방비 상태인 "적색" 등급으로
분류, 보안 당사자들에게 비상을 걸었다.

이에반해 무작위로 조사한 일반 홈페이지중 17%만이 적색등급으로
조사돼 주요 기관들의 웹사이트가 해킹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같은 사이버 테러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수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정보통신부산하 정보보호센터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라 해킹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며 "국내의 공공기관들도
시스템의 보안구멍을 차단해 피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