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독자들의 기본적인 요구를 소화하려면 서점마다 3만종 정도의
도서를 구비해야 합니다.

최소한 30~40평은 돼야 한다는 얘기죠"

출판사 영업담당자의 말이다.

그러나 현재 5천5백여개로 추산되는 국내 서점의 평균 매장면적은
15~16평.

전체 서점의 70%이상이 10평미만이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이 상태에서 96년에만 3만2천여종이 발행된 도서를 제대로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네서점의 대부분이 매장을 참고서와 잡지로 장식중인 현실을 감안하면
구색을 갖추기 위한 단행본 진열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비해 1백평이상의 서점은 1백개, 3백평이상의 대형서점은 30여개에
불과하다.

책을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형서점의 메리트는
대단하다.

교보문고가 80년대후반 지방에 분점을 내려했을 때 반대했던 출판사들의
상당수가 지금 후회하는 것도 그 때문.

정종진 출판협회 사무국장은 "도매와 소매, 도서에 대한 정보관리가
분리된 가운데 출판유통이 현대화됐으면 한다"며 "서점의 대형화는
거스르기 힘든 추세로 중소서점의 경우 전문화쪽으로 가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점가에도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중대형서점이 늘어나는 한편으로 폐업하는 영세서점이 늘고 있다.

90년대 들어 밀어닥친 도서대여점 열풍과 중대형 서점의 증가가 소규모
서점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이 초베스트셀러가 아니면 필요한 책을 바로 구입하기 힘든
동네서점보다 중대형서점을 선호하는 것도 변화의 중요요인으로 꼽힌다.

한 출판사대표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크든 작든 서점이 많은 것이
좋다"고 전제한 뒤 "중소서점의 경우 자구책을 찾아야겠지만, 현재의
서점구조 변화는 장기적으로 출판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서구입의 70%이상이 충동구매"라는 분석이 있고 보면, 중대형
서점의 확산은 많은 독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여 출판시장 규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대형서점의 체인화및 중대형서점 개설이 가속화되고 있다.

교보문고가 94년 대전과 성남점을 개점한 것을 시작으로 영풍문고는
부천에 체인점을 냈으며 인천에도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서울문고는 분당점 오픈에 이어 일산점을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중 서울에서 2백평이 넘는 매장을 갖춘 진솔문고와 시티북스가
문을 열 예정이며, 대구에서는 지난해 8월 3백50평 규모의 월드문고가
개점했고, 제일문고 (4백50평)도 개업을 준비중이다.

고양시에도 최근 화정문고 (5백평)가 문을 연데 이어 4~5개의 중대형
서점이 더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서점의 대형화 추세는 기존의 도매구조를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되고 있다.

출판사와 서점들이 직거래를 시작하면서 소규모 서점을 주거래선으로
영업해온 지역 도매상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 것.

많은 출판인들은 이처럼 변하는 소매구조가 도서유통 전체의 현대화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인위적인 현대화계획보다 바람직한 과정이 아니냐는
의견도 없지 않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