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길상 <노동연 고용보험연구센터 소장>

고실업시대가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의 실업률은 3.2%로 작년 9월(1.8%)에 비하여 불과
5개월 사이에 1.4%포인트 증가하였으며 실업자수도 작년 9월의 37만8천명에서
지난 2월에는 66만2천명으로 불과 5개월 사이에 28만4천명이 증가하였다.

2월의 계절조정 실업률이 2.6%인 점을 감안하면 2월의 높은 실업률은
계절적 영향도 상당히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의 실업률 상승속도가
매우 빠르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급속히 하락하면서 우리도 고실업시대에
진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명예퇴직 등 고용조정이 확산되어 중장년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근로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 체감도"는 지수상의
실업률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고용불안은 경기순환에 따른 경기적 영향 뿐만 아니라 우리경제의
총체적인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87년 이후의 높은 임금인상에 대처하여 기업이 노동절약적인 생산방식을
늘림에 따라 우리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이 80년대 후반에 비하여 90년대
들어서 40%가 감소하여 "고용창출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고용창출의 원동력 역할을 해왔고 고용안정도가 높은 제조업의
취업자 비중이 89년의 27.6%를 정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22.5%까지 크게 감소하여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의 고용창출능력이 둔화될 경우 일단 실업률이 상승하면 고실업이
장기화될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오늘날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70년대 중반 또는
80년대 초까지는 2~3%의 낮은 실업률을 보였으나 오일쇼크에 따른 고비용
구조를 효율적으로 극복하지 못하여 고실업의 장기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할때 최근의 고용불안현상은 우리도 선진국의 전철을 밟지않나 하는
우려를 높여주고 있다.

그러면 이와 같은 고용불안을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가.

첫째 노동시장을 보다 유연화 하여야 한다.

고용안정은 고용에 대한 보호를 통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때 달성된다는 것을 선진국의
경험이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한 산업구조의 조정이 원활히 이루어질때
경쟁력 향상과 고용안정이 보장됨을 명심하여 노동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나가야 한다.

특히 가장 많은 규제가 있는 정부부문에서의 노동시장 유연화가
시급하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곧 인원감축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감량경영으로 인한 고용불안은 남아 있는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노사간의 신뢰를 약화시켜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하며, 우수인력을
유출시켜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여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인력의 재배치, 근로시간의
단축, 근무형태의 유연화, 임금의 유연화, 숙련형성을 통한 기능적 유연화
전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등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사기진작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둘째 근로자의 직업능력 개발-향상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산업구조 조정과 고용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므로 근로자는 현재의 직장에서 일자리를 보장받는 직장안정에
집착하여 고용보호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취업능력을
증진시켜 나감으로써 노동시장 내에서의 고용안정을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직업안정기능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수급상의 불일치는 노동시장 정보의 비대칭성과
노동제도의 경직성등 시장원리가 정착되지 못한데 크게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구인자와 구직자일자리를 찾고 있는 구직자들을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부문으로 취업을 유도하고 알선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기존의 유명무실한 국.공립 직업안정기관을 과감히
확충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하여 구인-구직자가 직업안정기관을 통하여
근로자를 채용하고 일자리를 구할수 있도록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상담과 알선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감으로써
실직근로자의 생활안정및 재취업촉진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

95년 7월부터 시행된 고용보험제도는 아직 3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어 30인 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방치되고 있다.

따라서 고용보험의 적용에서 제외된 영세사업장에 대한 적용도 조기에
확대하고 실직자에 대한 직업훈력도 확대하여야 한다.

끝으로 임금및 노사관계가 안정되어야 한다.

경제가 잘 되어야 고용도 안정될수 있으므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근로자는 임금안정과 노사관계 안정에 노력하여 생산성향상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강화에 앞장서고 경영자는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투명한 경영,
근로자의 참여기여 확대 등을 통하여 노사간 신뢰구축에 노력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사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정부는 물가안정을 통한
근로자의 실질임금 보전과 규제혁파를 통한 기업의 경영의욕을 북돋워
나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