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licon Valley, April 4, Economist >
실리콘밸리의 앞날을 위협하는 요소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외부로부터의 가장 큰 적은 미국 정치상황의 변화이다.
최근 미국정계내의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보호주의" 색채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지난주 발효된 새 이민법은 장기적으로 실리콘밸리에 치명타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 성공의 견인차가 무엇보다 사람이었다는 것을 인식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껏 실리콘밸리는 미국의 자유로운 이민정책속에서 국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받아들여 오늘날의 명성을 쌓아왔다.
특히 중국인과 인도인은 실리콘밸리에서 핵심 맨파워로 뿌리내린지
오래다.
그러나 대폭 강화된 새 이민법은 직간접으로 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내부적으론 인프라부족도 심각한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
급속한 성장에 비해 인프라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리콘밸리 입주업체들이 교통체증으로 허비하는 시간 등을 돈으로 환산할
경우 연간 34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러시아워때면 실리콘밸리 주요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교육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실리콘밸리는 인력공급의 대부분을 지역사회에 의존해왔다.
특히 스탠퍼드대학을 비롯한 주변대학들은 지금까지 실리콘밸리의
주요 인력공급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사이 대학 신입생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주변 고등학교 교육의 질이 첨단인터넷시대에 걸맞지 않게 낙후돼
있어 앞으로 양질의 인력공급에 커다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난 수십년간 "글로벌드림"의 희망으로 군림해온 실리콘밸리.
그러나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는 이같은 문제점들을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21세기 실리콘밸리의 위상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 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