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GDP와 세계무역에서의 비중은 11위에 랭크돼있다.

그러나 OECD 29개국중 1인당 국민소득으로는 27위, 기업경영환경에서 23위,
근로자 1인당 생산성 29위, 정부의 행정규제와 외국기업 유치환경에서는
최하위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수출부진은 계속되고 외채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고 있는 것이
최근 한국경제의 실상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지난 3월하순 기준으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세계 46개국가중 31위로 평가한 바 있다.

우리는 이러한 평가 등을 통해서 우리의 현실을 깊이 반성하고,또한
한국경제 위기에 대한 근본대책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여 난국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IMD는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기업, 이를 뒷받침해주는 국민의
창조적 역량, 그리고 정부의 행정서비스 등으로 한 나라의 국제경쟁력을
평가한다.

부존자원이 많지 않은 한국경제는 수입한 원자재에 기술과 노동력을
투입하여 부가가치를 추가한 뒤 수출하여 국부(국부)를 창출한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체들인 정부, 기업 및 국민들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만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제 각 구성 주체들은 과거와는 다른 자기혁신을 추구해야 할 때가
되었다.

먼저 정부는 정부다워야 한다.

정책수립 과정에서 국가에 의해 기업경영의 환경이 악화되도록 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는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대신에 국가 장래를 선도할 미래산업에 대한 비전을 갖고 이 분야에서
기업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개방시대를 맞이하여 점증하는 외국과의 경제적 마찰에서도
국내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신중한 통상 및 개방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IMD 보고서에서 결정적인 경쟁력 저하요인이 된 금융부문의 낙후성
(43위/46개국)을 혁신하여 기업을 고금리 부담에서 해방시켜 줄 정책수립도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한편, 정부정책의 집행과정에서는 정부가 정한 법과 규정을 엄격하고
공정하게 집행하여 기업과 국민들로부터 신뢰감을 얻어야 한다.

이처럼 다방면에서 정부의 역할은 아직도 중요하며, 정부의 조직도
정책수립과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단순히 물리적 통폐합이나
재배치가 아닌 작으면서도 효과적인 정부를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로 기업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국부 창출의 주체인 기업은 경영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치열한 경쟁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이제 OECD 가입 및 WTO 체제의 출범등으로 인해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어렵고 기업이 자력으로 경쟁역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곧 기업의
생산성 향상 문제와 직결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신기술 개발이나 기존 기술의 개량이 급선무다.

미국의 "대통령을 위한 과학기술 특별위원회"는 국가경쟁력의 75%가
기술에 의해 좌우되며, 자동화 설비등의 구성비는 20%, 저임금 노동력의
비중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한편,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에 대한 재점검도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기업들은 단기간 고속성장을 위해 타인자본에 의존한 문어발식
확장을 추구하였다.

즉,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전문화 경영전략보다 넓이에 관심을
두는 대형화 경영전략을 중시하였다.

그런데 최근 6년간 지속되고 있는 미국경제의 성공 비결은 한국 기업들과는
달리 감량경영을 통한 비용절감과 구조 조정을 통한 핵심역량 강화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질적 성장이다.

따라서, 이제는 한국 기업들도 양적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하며, 생산 및 설비증설도 철저한 자금 및 수요분석을
통해 실행해야 한다.

또 기업이 차지하는 국민경제적 비중이 매우 크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높이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여 정부 거래처 소비자 투자자
기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스스로 떳떳해지도록 기업윤리에 입각한 새로운
기업 모델을 재정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근로자와 국민의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근로자는 기업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사실상 국가경쟁력의
핵심주체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혁신과 기술혁신도 근로혁신 없이는 달성될 수 없다.

근로자는 스스로 전문적 능력을 향상시키고,근로 의욕을 높여 "대충주의"를
타파함으로써 불량률의 감소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한편, 국민들도 한국경제가 이처럼 어려운 때에 과소비 보다는 국민저축을
늘려서 인플레이션을 막고, 국내에서의 산업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기로에 서 있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한국경제를 볼 때 어느 한 주체만으로는 국가경쟁력
증대와 한국경제의 회복은 이루어질 수 없다.

정부 기업 근로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해야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