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통구조는 국제통상무대에서 곧잘 불투명하고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 주범중의 하나가 리베이트.

거래상의 편의를 위해 주는 뇌물성자금에 대해 미국등은 시정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이로 인해 잠시 주춤하는듯 보였던 리베이트는 그러나 여전히 일본유통구조
를 지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없앴던 기업이 부활시키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리베이트가 살아남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상품기획이나 처분에 도움이 된다.

냉동식품업계는 이같은 이유에서 리베이트가 사라지지 않는 대표적인
분야다.

주요기업인 아지노모토사가 이달부터 리베이트를 철폐, 새로운 거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뒤따르겠다고 나서는 회사는 없다.

오히려 "제조업체입장에서 리베이트는 아직도 나름대로의 역할이 남아
있다"(업계의 중역)는 분위기다.

예를들어 공장가동률을 높이거나 신제품을 투입하기 위해 재고를 처분하고
싶을 때 리베이트의 "약발"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리베이트삭감은 곧바로 매출감소로 연결된다는 점이 그 철폐를 어렵게
만든다.

물론 리베이트철폐는 판매관리비도 함께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익률은 오히려 개선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동종업계 기업들간에 제도화됐을 때 가능한 얘기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외롭고 힘든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셋째 특약점제도를 통해 도소매점을 조직화해온 메이커들은 리베이트를
철폐하려면 저항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최대가전업체인 마쓰시타전기산업은 2년전 리베이트제도를 없앤다는 방침에
따라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으나 방침을 한순간에 전환, 더 두터운
리베이트를 지불하기로 했다.

일본경제의 신화적 존재인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전국 방방곡곡에
마쓰시타의 가전제품을 보급시킨다는 독특한 수도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전국각지의 특약점들이었다.

산업계의 가격파괴바람으로 각종 할인점이 우후죽순 일어나는 상황에서
특약점은 마쓰시타의 부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저항에 귀를 막을 수없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 셈이다.

좋든 싫든 리베이트의 필요성을 느껴 이를 재도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오리온사는 일용품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으로 지난 91년 일찌감치 리베이트
를 대부분 없앴으나 최근 물류효율화를 위해 새로운 리베이트의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소량으로 자주 납품해야 하는 일용품의 성격상 대량납품을 받아준다면
물류코스트를 줄이면서 일정액을 리베이트로 되돌려줄 수있다"(영업관계자)
는 입장이다.

아지노모토사 역시 뛰따르는 회사가 없자 "수량에 따라 지불하는
누진리베이트는 남겨둘 가능성도 있다"는 식으로 뒷걸음질친 상태다.

그러나 21세기는 전자거래가 예상되는 시대.리베이트의 부활은 시대의
역행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재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