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룩한 점에서 보면 그들은 아주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달링, 반시간후에 만나! 자, 키스를 보내 바이바이"

그는 핸드폰에다 대고 키스를 퍼부으면서 스위치를 눌러버린다.

스위치를 끄면서 그는 욕을 해댄다.

"빌어 먹을... 망할 예편네. 자동차를 타고 가는 남편에게 말을 자꾸
시키는 와이프는 최악의 경우다.

남편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차안이라고 할 때는 두마디 이상
말시키지 말라고 가르쳤건만, 어리석은 뚱뚱이가 사람잡네"

그는 투덜거리면서 전화기를 이불밑에 깔아 뭉개버린다.

그는 어느새 뒤로 돌아누워 있는 미자를 꽉 껴안으며 히히거리고 웃는다.

게걸스런 스컹크처럼 무척도 행복하다.

"지가 아무리 앙탈을 해도 나는 시간을 벌었어. 우리 아파트는 바로
요옆의 21동인걸. 바로 저기 보이는 저거야. 히히히히, 용용 죽겠지"

그는 마누라를 속인 것이 통쾌해서 성난 심벌을 그녀의 둥글고 아름다운
히프에다가 힘차게 부벼댄다.

아이는 하나 생산해냈지만 아직은 처녀같은 히프다.

"초이, 왜 미국이름을 쓰지요? 초이는 성인데 왜 그걸 이름으로 써요?
서울서는 미국이름 쓰면 또라이 취급한대요"

그녀는 아버지인 김국장의 충고를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라 굳게 믿는다.

그래서 자기도 유치하고 무식한 궁전 마담이 지어준 평범한 박미자라는
이름을 즐겨 쓰고 있다.

"지금 우리는 시간이 없어. 이름이 아무려면 어때. 시간을 벌자구.
초이는 내 한국별명이 약방에 감초야. 형들이 나를 감초라고 해서 그렇게
됐어. 명해초가 내 이름이다.

그 초자가 따라다니다가 초이가 된 거야. 나의 그 성의 여신이 나를
초이라고 불렀어. 그리구 나는 그녀를 그리는 뜻으로 초이를 사용하고
있어. 그녀는 정말 대단했어. 남자를 사랑할줄 아는 지구위에 마지막 남은
여자였어. 그녀는 나의 발도 씻어줬어"

그의 충직스러움에 그녀는 킥킥 비웃는다.

"미국 여자가 한국남자의 발을 씻어줬다구요? 웃기는 양년도 있어.
창녀 출신이었어요? 창녀도 남자의 발을 씻어주지는 않아요.

한국의 국회의원 부인이 자기 남편의 발을 씻긴다는 수필로 써서 얼마나
욕을 먹고 있는줄 알아요"

그녀는 미국의 명문대학에 입학한 경력이 있는 여성답게 분노와 빈축을
터뜨리면서, "당신의 와이프도 발을 씻겨줘요? 그렇게 못난이 몸종의식으로
살아요?"

그녀는 침묵속에 분노한다.

초이가 갑자기 격렬하게 몸을 떨면서 그녀의 목을 꽉 끌어 안으며
신음소리를 냈기 때문에 제인은 그때서야 자기가 지금 그런 여성해방논쟁을
벌이는 것은 난센스라고 자책하며 초이의 붉어진 얼굴을 쏘아본다.

미쳐버린 야수같은 얼굴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남자들의 추한
캐리커처다.

그녀는 토할것 같이 되며 안 보기 위해서 눈을 꼭 감아버린다.

급하게 된 초이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급하게 온몸을 장작불처럼 달구어 빛을 뿜어낸다.

정말 제인은 사랑없는 섹스를 할 수 있는 야성이 없음을 한탄하며 그의
짐승같은 얼굴과 신음소리에 눈과 귀를 닫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