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시중에 풀린 통화가 적정수준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이 새해들어 통화지표를 기존의 M2 중심에서 MCT로 바꾸어
발표하면서 두 지표간에 상반된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MCT에 근거하여 시중에 돈이 모자란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통화당국에서는 제반여건을 감안해 볼때 적정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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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 한은 자금부장 >

최근 MCT증가율이 하락한 가운데 어음부도율이 높아지고 3월 중순 시장
금리가 크게 상승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 시중유동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CT증가율은 지난해 2.4분기(+22.7%)를 고비로 점차 낮아져 4.4분기에는
20.0%, 금년 1.4분기에는 18.4%(3월중 17.8%)를 나타내었다.

이는 95년 4.4분기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던 금전신탁이 96년5월 제도개편
이후 그 증가세가 꺾인데 주로 기인한 것이며 3월중 MCT증가율은 연간목표
(15~20%)의 중간대인 안정권으로 접어들었다고 하겠다.

한편 금년들어 투자가 계속 둔화되고 있는 데다 완만하나마 기업의 재고
조정도 이루어지고 있어 지난해 하반기이후 크게 증가하였던 기업의 재고
금융수요도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때 전체유동성면에서의 수급사정은 대체로 원활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통화의 공급경로를 보면 MCT가 주로 민간신용을 통해 공급됨에
따라 은행대출에 주로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자금어베일러빌리티도
확대되었다.

참고로 1.4분기중 은행(신탁계정 포함)의 민간신용 공급규모는 전년동기의
13조6천억원에서 21조5천억원(3월중에는 전년동기의 6조2천억원에서
8조3천억원으로 증가)으로 크게 늘어났다.

3월중 시장금리가 일시적으로 큰 폭 상승하였으나 이는 자금수급사정의
악화에 기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한보.삼미 부도이후 기업의 신용리스크에
대한 금융기관의 불안심리에 주로 기인하였으며 대기업의 연쇄부도설,
4~5월중 한보관련 융통어음의 대량 만기도래에 따른 자금대란설 등 악성
루머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3월말부터 시장금리는 점차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한편 어음부도율이 크게 상승한 것은 한보 및 삼미 등 대기업 부도가
발생한 데다 95년 4.4분기이후 내외수요의 둔화가 지속되면서 일부 한계
기업의 부도가 증가한데 기인한 것이며 금년 1~2월중 7대도시의 부도법인
수에 대한 신설법인의 배율이 지난해 4.4분기의 4.0배보다 높은 4.4배에
달하고 있음에 비추어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결과라기 보다는
우리경제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때 현재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우리경제의 현안과제인 국제수지를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중기적으로 물가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어가기 위해서는 총수요를
적정수준에서 관리함으로써 인플레기대심리를 불식할 수 있도록 재정긴축과
함께 통화의 안정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자금수급상황과 금리.
환율동향 등을 감안하여 신축적으로 대처해 나감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금리인하를 위해 통화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우리나라 금리가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은 인플레와 기업의 과다한
차입경영에 그 근본원인이 있으므로 금리인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통화정책과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긴요하다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