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식 전 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전 조흥은행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11일 서울 구치소에서 열린 한보 국정조사특위 청문회는 신한국당
이신범 김재천의원의 특위위원직 사퇴파동과 청문회무용론의 대두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

<>.청문회 시작에 앞서 특위소속 신한국당 의원들은 구치소 1층 회의실에서
이.김의원의 청문회 불참에 따른 대책마련에 부심.

의원들은 두의원이 제출한 사퇴서가 아직 공식 수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하고 이들이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자 가뜩이나 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 마당에 여론악화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

한 의원은 "두의원의 사퇴이유에 대해 여야특위 위원 모두가 절감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서로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라며 서운한 감정을
표시.

<>.의원들의 준비부족과 증인들의 함구로 인해 청문회가 실효성이 없다는
여론이 갈수록 비등해지자 특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청문회에 앞서 효율적인
신문과 진행을 위해 각당별로 모여 대책회의를 개최.

신한국당의원들은 청문회 시작 30분전부터 청문회장 1층 휴게실에서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한채 증인에 대한 핵심신문 사항을 추려내기도.

이어 의원들은 증인들에 대한 신문사항을 주제별로 분류, 중복질의가 재발
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

국민회의 및 자민련 소속 특위 위원들도 청문회장 옆에 마련된 회의실에
모여 대출과정의 외압을 캐기 위한 신문방법을 숙의.

국민회의 간사인 이상수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서 "오늘 신문에서 외압의
실체는 반드시 밝혀지게 돼 있다"면서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큰소리.

김경재의원은 "야당 간사가 저렇게 호언장담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한편으로는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

이어 의원들은 "오늘부터 여야중진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는 것이
사실이냐" "일부 의원들은 한보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시인했다는데 정말
이냐"는 등 급진전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관심을 표명.

<>.구치소 청문회가 시작되기 직전 서울구치소 정문앞에는 대학생 10여명이
몰려와 "한보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여야의원들을 증언대에
세우라고 요구하며 30여분간 시위.

학생들은 "정치권에 국민의 회초리를"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치켜 세운뒤
의원복장으로 분장한 한 학생을 시민이 회초리로 때리는 장면을 연출하며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

이들은 또 "당신들도 증언대에 서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구호를
외치면서 "한보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여야의원 모두를 청문회장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