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의 열기로 가뜩찬 박진감 넘치는 경기장.

경기시간 틈틈이 등장하는 화려한 복장의 팔등신 미녀들.

관중들은 숨을 죽인다.

현란한 율동과 뇌쇄적인 미소.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선수나 응원단은 물론 경기장 전체가 온통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치어리더. 그들은 더이상 단순 볼거리만을 제공하는 "경기장의 꽃"이
아니다.

치어리더들은 경기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당당한 "게임 메이커"임을
자부한다.

이들의 인기는 웬만한 스포츠 스타들을 능가할 정도.

사인이나 선물공세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팬레터가 쇄도한다.

경기보다는 치어리더의 율동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관중도 적잖을
정도다.

"신장 170cm 이상의 끼있는 젊은 여성" 치어리더팀인 "리더스"의
이경하(27) 단장이 들려주는 90년대 치어리더의 조건이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전문 치어리더는 2백명 정도.

또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1천여명이 넘는다.

치어리더들이 프로구단들로부터 받는 하루 일당은 10~15만원선.

이중 본인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7~10만원.

각종 스포츠 경기와 기업체 체육대회 등을 쫓아 다니다보면 한달 평균
20일을 일한다.

한달수입은 줄잡아 1백50만원 가량.

치어리더들은 흘린 땀만큼 대가를 받는다.

특급 치어리더의 경우는 연봉 2천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올해초 개막된 프로농구는 치어리더를 상한가 직종으로 올려
놓았다.

고액연봉을 제시하는 스카우트의 손길도 늘었다.

이단장은 그러나 "치어리더는 경기장에서 하루 2~3시간을 뛰는 중노동에
속하기 때문에 정년이 짧다"고 말한다.

25세면 환갑, 28세면 고희라고.

또 시즌전 한.두달은 합숙훈련으로 보내고 하루 평균 5시간을 연습에
투자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수입이 아니라고 들려준다.

그녀는 그러나 경기에서 율동을 펼치는 시간 외에는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할 수 있고 특히 "참을 수 없는 젊음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기에
치어리더보다 좋은 직업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관중들이 응원에 동참하고 소속팀이 경기에 이겼을때 느끼는 기쁨은
직업에서 오는 또다른 즐거움.

화려한 무대 뒤편에는 애환도 많은 법.

이단장은 치어리더들을 "눈요깃감"으로 보는 시선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다.

단상에 오르면 피부로 다가오는 관중들의 호기심어린 시선도 부담이
된다.

그래서 치어리더들에게 "끼"는 생명이다.

관중 앞에서면 저절로 신이 나는 끼가 춤솜씨보다 중요하다는 것.

이단장은 "치어리더는 선수와 관중을 잇는 끈"이라며 "팬들에게 멋진
쇼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지만 팬과 선수들이 같이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 글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