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매년 연말이면 스포츠계는 한차례 연봉계약 및 스카우트 열풍에
휩싸인다.

가판대엔 선수들의 계약내용을 담은 신문들이 진열되고 "누가 얼마를
받았다더라"는 말이 심심찮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억대"라는 말에 무감해진다.

프로야구의 경우 신인들의 억대스카우트란 말은 더이상 얘깃거리가
되자 않을 정도.

올해만도 8개구단에서 38명의 신인선수가 최저 1억원에서 최소 5억원의
입단계약금을 받고 프로야구판에 뛰어들었다.

올해 출범한 프로농구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러한 프로선수들의 고액 스카우트.연봉제에 대해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선수들의 실력에 비해 실속없이 스카우트비용만 올랐다"는 반대입장과
"동기부여와 생활보장측면에서 그만한 금액은 당연한 것"이라는 찬성의견이
맞서고 있는것.

한국경제신문사 영파일팀은 11일 "운동선수의 고액 입단 계약,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주제로 LG트윈스의 스카우터인 정성주씨(28)과 84년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원기씨(35)를 만나 이에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정성주 = 일선에서 선수들을 스카웃하는 입장에서 우선 고액 스카웃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기량을 정확히 측정할 만한 도구가 없는 상황에서 스카웃 경쟁으로
몸값만 올라가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억원대 계약금을 받고 프로야구에 입단한 K씨 L씨 등은
몸을 다쳐 불펜만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례는 8개구단중 두개구단만 빼면 모든 구단이 안고 있는
문제거리다.

<>김원기 = 그러한 면에서 고액 계약금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운동선수는 매우 리스크가 큰 직업이다.

몸이 한번만 잘못되면 재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프로야구의 경우 다친 선수는 치료비만 받고 퇴직금도 없이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한다고 들었다.

고액 입단계약은 선수들의 생활을 보장해 준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정성주 = 운동선수들은 실력으로 선수이후 생활을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입단계약금보다는 연봉이 수천만달러대로 형성돼, 휠씬
높다.

따라서 선수들은 자기관리만 철저히하면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입단계약금에 비해 연봉이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입단계약금을 낮추고 연봉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될 것이다.

<>김원기 = 운동선수들이 높은 입단계약비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열심히 하면 금메달도따고 명예도 얻고 남부럽지 않게 돈도 벌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 실력을십분발휘하게 한다.

<>정성주 = 고등학교 선수들을 스카웃하는 입장에서 보면 고액스카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능력있는 선수들도 일단 스카웃전에 휘말리면 선수생명이 단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린 학생들이 엄청난 금액의 스카웃금액과 주위의 상반된 의견, 이에
대한 정신적 고민에 빠져 들다보면 조로화하기 십상이다.

<>김원기 = 그같은 고민은 운동선수뿐 아니라 모든 사회인이 갖게 되는
"회화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주위 선수들중 스카웃전에 휘말려 성공한 케이스와 실폐한 케이스는
반반이다.

결론적으로 그것은 선수의 자질문제다.

돈때문에 선수생활이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는 운동뿐아니라 정신적인
성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숙한 가치관을 갖고 운동생활을 한다면 스카웃전에도 흔들림없이
대처할수 있다고 본다.

<>정성주 = 고액입단 계약금을 받으면서 선수생활이 단축되는 경우도
있다.

모선수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후 몸이 아프자 이를 극복하기
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먹튀" (돈만먹고 튀어라의 약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이러한 경향이 눈에띄게 늘고 있다.

<>김원기 = 고액입단 계약금이나 고액연봉제를 준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들에게 투자한다는 의미에서 국내 스포츠계에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동안 각종목의 운동선수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서 운동을
했는지는 잘 알 것이다.

계약금이 많다는 것은 보다 좋은 시설과 코칭스탭속에서 운동할 수 있게
구단측이 투자한다는 것이므로 나쁘다고 볼 수 없다.

또 실력에 걸맞는 대우를 받게 됨으로써 선수들의 프라이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정성주 = 고등학교 출신의 어린 신인선수들도 3억원대의 계약금을
받으면서 사회전반적으로 "인플레이현상"이 일고 있는 듯하다.

또 실력보다는 스카웃경쟁에서 협상만 잘하면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의식도 만연돼 아마추어리즘에 타격을 주고 있다.

결국 고액 스카웃붐은 긍정적인 효과에 비해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은 것
같다.

<>김원기 = 고액 연봉이나 스카웃 문제를 말할때는 운동선수들의 선수
생명이 매우 짧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업종에 비해 리스크도 크고 활동기간이 짧아 일반 직장인과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여기에는 스포츠맨으로서 선수들이 올바른 의식을 갖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을 의식하며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 정리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