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하고 있는 부패방지 라운드가 올해안에
구체화될 것으로 보여 우리기업들의 대응이 시급한 형편이다.

특히 한보사태로 국내외에서 낙후된 우리경제질서가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지금 국내기업들이 받을 충격은 상당히 클것 같다.

우선 다음달 26일에 열리는 OECD 각료이사회는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제공의 형사처벌기준"에 관한 세부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어 이 문제와 관련해 OECD 회원국들의 국내법개정 또는 입법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지난 94년의 뇌물방지권고,96년의 뇌물의 손금처리금지권고 등에 이어
이번에 형사처벌기준이 마련되면 부패방지 라운드는 일단 완성되는 셈이다.

논의될 세부내용은 뇌물죄의 구성요건 관할권 처벌집행방법 등이며
적용대상에는 임명 또는 선출된 공직자 뿐만 아니라 공기업직원까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결정될 형사처벌기준의 이행형식이 다자간협정이 될지 아니면
권고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권고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패방지 라운드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미국이 라운드타결을 서두르고
있는데 다자간협정은 회원국들의 의무이행강도가 더 강한 대신 완전타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70년대초 록히드사건을 계기로 "해외 부패방지법"이 제정돼 적용받고
있는 미국기업들은 다른 나라 기업들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OECD 부패방지 라운드가 타결되면 그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세계무역기구(WTO)는 정부조달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다자간협정을 통해 뇌물제공행위가 드러난 기업은 각국의 조달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세제상의 불이익을 주며 경비처리를 엄격히
제한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물론 개발도상국들은 일률적인 기준적용에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WTO 조달협정 가입국인 동시에 OECD 회원국이기도 한 우리로서는
수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불행하게도 상당수의 우리기업들은 뇌물제공의 거래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해 10월말 아시안월스트리트지는 부정부패가 만연된 나라일수록
후진국이라는 사실과 함께 조사대상 54개국중 한국의 부패정도를 28번째라고
보도했다.

일찍이 경제학자 뮈르달은 그의 저서인 "아시안 드라마"에서 부정부패가
경제발전의 큰 저해요인임을 지적했지만 눈도장이나 괘씸죄가 통용되는
사회풍토에서는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강해질수 없다.

미 의회조사국에서 펴낸 "한국의 시장개방전망"에서도 특혜나 인허가
여부가 사업성공을 좌우한다고 지적했듯이 정부는 규제철폐를 서둘러
시장기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돈세탁방지법제정이나 손비처리에 관한 세법개정도 필요하다.

OECD회원국에 걸맞게 우리경제의 질서와 거래관행도 국제기준에 맞게
고쳐져야할 때가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