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및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을 제외한 전국의 민간개발택지에 아파트를
짓는 경우 오는 21일부터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소형아파트 의무건설
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건설교통부의 방침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시장자율기능의 활성화를 통한 국제경쟁력강화가 우리경제의 당면과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주택시장자율화는 주택건설업계의 오랜 희망사항이었다.

여기에는 분양가자율화, 민간주도의 택지개발허용, 소형아파트 의무건설
비율폐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주장에는 시장자율화라는 명분뿐만 아니라 지난 몇해동안의 대규모
미분양사태에 따른 주택건설업계의 경영압박이라는 현실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아무튼 앞으로는 주택건설업체가 입지 시기,기타 시장상황을 고려해
아파트건축평형을 자율적으로 결정할수 있게 돼 다행이다.

한쪽에서는 전체적으로 주택난이 여전한 가운데 일부계층의 주택과소비가
두드러지는 양극화현상이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전체택지의 40%선인 민간개발택지에만 의무건설비율이
적용되지 않게 되는데다 아파트실수요가 전용면적 18평이상 25.7평이하의
평형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주택시장에 당장은 큰 충격을 줄것 같지 않다.

또한 주택건설업체가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는 경우에는 소형아파트
건설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할수 있다.

하지만 민간자율에 맡긴다고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선 이번 조치로 국민주택규모의 아파트건설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아래 아파트값이 들먹이지 않도록 시장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택과소비를 막고 실수요자의 부담능력(affordability)에 걸맞지
않게 중대형 아파트건설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예로 최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시도한 최저주거기준및 유도기준의
설정을 들수 있다.

이밖에 붙박이장 설치를 설계단계애서 의무화해 실평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대규모 미분양사태의 발생에는 주택건설업계의 무리하고 안이한
경영자세 이외에 관계당국의 주택시장규제 탓도 크지만 그중에서도 입지
문제가 가장 결정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비록 소형아파트 의무건설비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도 택지개발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한 미분양문제가 단시일에 호전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물론 토지수용문제를 고려할 때 지금의 공영택지 개발방식도 어느정도
불가피한 점이 있다.

또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난및 통일이후의 주택시장을 고려할 때
주택과소비는 규제돼야 한다.

그리고 시장자율에 맡긴다 해도 주거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입지
용적률 등을 규제하지 않을수 없다.

다만 이같은 규제가 필요하다 해도 과거의 주택건설할당제나 소형아파트
의무건설비율과 같은 직접적인 강제방식보다 금융-조세 지원차등과 같은
간접적인 유도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