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재일교포작가 유미리씨의 자전 에세이집
"창이 있는 서점에서" (무당미디어)가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출판사측은 초판 5천부가 1주일만에 매진되자 재판 2만부를 찍어 전국
서점에 배포했다.

지난해말 일본에서 먼저 출간된 이 책에는 유씨가 한국 방문 기간중
받은 인상과 복거일 신경숙 김병익씨 등 한국작가들에 대해 언급한
"한국어와 일본어", 감명깊게 본 영화 "서편제"에 대해 느낀 점, 성에
대한 견해를 담은 "욕망의 리얼리즘" 등이 담겨 있다.

"치마 저고리 만큼 바람에 잘 어울리는 민족의상이 있을까.

기모노가 정이라면 치마 저고리는 동이다.

정주와 유랑이미지의 차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어릴적부터 몸을 졸라매는 기모노보다 바람을 안은 치마 저고리가
몸과 마음에 익숙했다.

아마 내게도 유랑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영화 서편제" 중에서)

그는 한국인이면서 일본어로밖에 글을 쓰지 못하는 자신의 정체성
문제와 초등학교때의 부모 이혼, 아버지의 폭력, 가출과 자살기도,
누드배우가 된 여동생 얘기를 비롯해 최근 낙태한 이야기까지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그의 고백에는 최고권위의 문학상 수상자로서의 화려함과 함께 "영원한
유랑자"의 아픔이 짙게 배어있다.

이밖에 독서일기와 여행기, 일본 근대예술가 및 작가들에 관한 얘기도
눈길을 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