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수사조기종결 압력과 수사대상관련 "33+알파"설 등 수사외적
요인으로 정치권수사가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14일에도 정치인
5명이 무더기로 검찰청에 출두했다.

여기에 정태수 총회장과 한보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조사과정에서 새로운
인물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에 소환될 정치인수는 당초 33명보다
5~6명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검찰수사에 국민들과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검찰에 소환된 5명의 정치인중 이철용 전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돈 받은 사실을 부인.

이들은 그러나 전날 검찰출두 당시 자금수수설을 강력 부인하던 의원들이
검찰조사를 통해 모두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데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김윤환 신한국당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검찰에서 다 밝히겠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

<>.김윤환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윤원중
의원 및 보좌관 등과 함께 대검청사에 출두.

김의원은 청사 1층로비에서 "정태수씨나 한보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호한 어투로 "돈 받았으면 받았다고
하는 김윤환이 아니냐"며 이를 부인.

김의원은 "측근들로부터도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런 일 없다"며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도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

<>.오전 11시께 비서관 1명과 함께 청사로 출두한 김옥천 전민주당의원은
승용차를 타지 않고 나와 눈길.

김의원은 금품 수수설에 대해 "조사해봐야 알지"라며 이를 부인하지 않는
듯 하다가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 되자 "아는 바 없다. 한보 관계자들을 만난
일도 없다"고 돈 받은 사실을 최종 부인.

<>.이날 오후 1시58분께 김한곤 전충남지사가 대검청사에 모습을 드러낸데
이어 10여분 뒤인 2시10분께 신한국당 김정수 의원이 출두.

김 전지사는 "당진 제철소 1단계 준공식 당시 참석해 정총회장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며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했으나 "측근
등 제3자가 돈을 받은 사실도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두고 봐야지"라며
다소 애매하게 답변.

짙은 감색양복차림의 김의원은 "검찰에서 모든 것을 다 밝히겠다"고만
말해 금품수수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을 회피.

<>.오후 정각 3시께 이날 소환자중 마지막으로 검찰청에 모습을 나타낸
이철용 전의원은 "지난 95년말 한일 장애인 교류협력행사 찬조금으로
3천만원을 받은 것외에 한보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

이 전의원은 이어 "각종 설때문에 만신창이가 됐다"며 "의혹을 벗겨낼 수
있게 돼 (검찰에) 오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고 홀가분하다"며 소감을
피력한 뒤 조사실로 직행.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