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소환수사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검찰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는 난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에 개입하자니 "외압시비"를 불러일으키고, 가만히 있자니 정치권
의 반발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입장은 검찰수사에 대해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것이지만
검찰수사가 수사논리에만 치우쳐서는 곤란하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심정을 내세울수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김수한 국회의장및 정치인 소환에 대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은 청와대의 난처한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4일 "국회의장은 우리나라 최고위직중 한사람
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확인해 보았다"고 전제하며 "분명히 말하건데 검찰의
정치인 조사명단에 국회의장은 들어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또 "검찰의 정치인 소환숫자가 33명이 아니라 30명정도일 수도 있다"고
말해 국회의장을 검찰수사에서 제외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관측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같은 말을 전해들은 검찰이 "수사를 그쪽에서 하냐"고 강력히
반발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5일 국회의장에 대한 검찰조사와 관련, "김영삼
대통령은 입법부 수장의 권위와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은
뜻을 검찰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김의장은 지난 92년 선거때 아주 적은 액수의 돈을 받았
으나 이미 시효가 지난 일"이라며 "조사는 하되 입법부 수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다른 적절한 방법을 찾아줄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국회의장의 조사를 언론에 흘리면서 반발하자 검찰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되 정치권의 입장도 고려,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검찰이 청와대의 "통제권"밖에 있다는 얘기는 이같은 분위기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의장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국회의회연맹(IPU) 서울총회가
폐회되는 15일이나 16일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며 방문조사나
서면조사형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