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이회창 대표가 15일 검찰의 한보수사와 관련, "마치 정치권에
화풀이를 하듯 수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인 소환조사를
정면으로 비판한데 대해 야권이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이대표가 "군을 조심할 때"라고 전날 말한 것으로 보도된 뒤여서
그의 발언이 "정치적 의도"를 배경에 깔고 나온 것이 아니냐는 당내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검찰수사에 대한 이대표의 언급은 정치권에 대한
검찰수사를 축소하자는 것이 아니라 수사진을 대폭 보강해서라도 수사를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다만 "검찰이 내사중인 수사상황을 토대로 정치인의 명예는 고려하지
않은채 무조건 공개수사를 함으로써 정치인의 정치적 생명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박홍엽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법대로"를 외치며
대쪽 이미지를 내세우다가 자신에게 불리해지자 대쪽 소신을 반대로 뒤집고
시류에 편승하겠다는 것은 그의 이중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부대변인은 "이대표의 발언은 여당내 최대 계보인 민주계의 반발을 무마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여기지만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 검찰 정도는
과감히 짓밟을수 있다는 발상법에 놀라지 않을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또 "여당의 대표로서 정치권의 문제를 스스로 풀 생각은
하지 않고 군대가 나올 것을 운운하는 것은 정국 수습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발언의 배경과 진의를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신한국당내 일각에서도 "집권당의 대표는 말을 아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