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수사조기종결압력과 김수한 국회의장의 소환여부를 둘러싼
검찰과 정치권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정치권수사가 당초
진상조사차원에서 적극사법처리방침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져 15일
대검찰청 주변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상희 수사기획관은 "김수한 국회의장과 서석재 의원은 언제
소환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정 정치인에 대한 소환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공식 확인을 거부.

또 다른 검찰관계자는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는 것이 곧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마당에 누가 검찰청외의 다른 곳에서
조사를 받으려 하겠느냐"며 김의장의 제3장소 소환가능성을 일축.

<>.오탄 전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50분께 대검청사에 도착한 뒤
"한보 관계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많지
않은 돈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말해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

오 전의원은 전날까지 일본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의 출두
통보를 받자 이날 아침 급거 귀국했다는 후문.

<>.신한국당 하순봉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께 승용차편으로 대검청사로
출두.

수사관 2명과 함께 청사 1층 로비로 들어선 하의원은 "한보로부터 돈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다가 "정총회장과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검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
며 빠른 걸음으로 11층 조사실로 직행.

<>.하의원 출두 이후 30여분만에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박희부 전민자당
의원은 금품수수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돈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
검찰 조사를 받은 뒤에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 모습.

<>.신한국당 노기태 의원은 오후 2시20분께 대검청사에 도착, "한보로부터
돈을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난해 총선 보름전쯤 대학선배인
김종국씨에게서 5백만원인가, 1천만원인가를 받았다"며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

노의원은 그러나 "김씨가 한보그룹 재정본부장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한보돈이 아니라 선배가 주는 순수한 정치자금이라 생각하고 사람을 보내
받아왔다"며 "사실 여기 올 이유가 없지만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고 주장.

<>.김기획관은 "정태수씨의 돈을 받은 박승규 이사장이 이미 검찰에서
3천만원을 김윤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했으나 김의원은 박이사장과는
돈을 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며 돈받은 사실을 부인했다"고 전날
상황을 설명.

김기획관은 "박이사장이 종적을 감춰 대질신문은 이뤄지지 못했다"며
"필요할 경우 대질신문을 하겠다"고 밝혀 김고문을 재소환할 것임을 시사.

이밖에 김한곤 전충남지사와 김정수 의원은 각각 5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으나 김옥천, 이철용 전의원은 일부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추후조사키로 하고 일단 귀가시켰다는 후문.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