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청문회] 정-권 의원 돈 오간 시점 "기싸움" ..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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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국정조사특위의 구치소 청문회 마지막 날인 15일의 핵심증인은
40년지기로 알려진 신한국당 정재철의원과 국민회의 권노갑의원이었다.
초점이 된 부분은 정의원이 정태수 한보총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권의원에게 건네준 시점이 국정감사 직전인 96년 10월초인지(정의원),
국정감사가 끝난 시점인 12월인지(권의원) 여부였다.
돈이 오간 시점이 어느쪽으로 판명나느냐에 따라 권의원의 금품수수가
뇌물인지, 단순한 정치자금인지가 가려지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이 문제에 집중됐다.
그러나 두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호형호제"해온 그간의 관계를 무색케
하는 "떠넘기기 증언"으로 일관했다.
정의원은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국회 재경위소속 국민회의 의원들의
국감자료 요청과 질의를 무마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원을 건네받고 이
돈을 국정감사기간인 10월초 권의원에게 전달해 줬다고 증언했다.
정의원은 하얏트호텔에서 권의원을 만나 이같은 뜻을 전한뒤 그날 저녁
권의원의 비서관을 통해 1억원이 든 돈가방을 전달했고, 10월11일 병무청
국정감사장 의원휴게실에서 가방열쇠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정의원은 그러나 돈을 전달한 날자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의원은 특히 "당시 정태수총회장이 적어준 로비대상의원 명단이 적힌
쪽지를 건네주었다"며 건넨 자금이 로비성 자금임을 시인했다.
그러나 권의원은 자신이 정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이 국감이 끝난
한참후인 96년 12월6-7일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돈을 받을 때도 메모지는 물론 청탁을 받은 바도 없다며 "대가없는
순수 정치자금"임을 강조했다.
권의원은 "그 돈이 정태수씨로부터 온 돈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해
정의원이 정총회장의 돈이라고 밝혔다는 증언과도 다른 주장을 폈다.
권의원은 심지어 "지난 95년 정의원이 정총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받고 중간에 착복했던 점을 감안할 때 96년에도 돈을 착복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국민회의 김경재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하기까지 했다.
답변태도에서도 정의원은 시종 착잡한 표정으로 가끔 울먹이는 듯한 답변을
했고 "권의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그러나 권의원은 여당의원들의 질의를 끊고 자신의 해명을 길게 늘어
놓거나 일부 의원들의 질의에는 상기된 표정으로 정면 반박하는등 "증인"이
아닌 "신문자" 같은 태도를 취해 여당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국민회의의원들은 권의원에게 "한보사건후 다른 정치인은 모두 잠자코
있는데 유독 증인만이 솔직히 털어놔 손해받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느냐"(김경재의원) "정의원은 평소에도 야당의원에게 물심양면으로 챙겨
주는 분이시죠"(조순형의원)라는 질문을 던져 권의원의 정직성을 부각시키고
권의원이 받은 돈이 정치자금임을 입증하려고 애써 "한보청문회"가 아닌
"권노갑 누명벗기기 청문회"를 연출했다.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
40년지기로 알려진 신한국당 정재철의원과 국민회의 권노갑의원이었다.
초점이 된 부분은 정의원이 정태수 한보총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권의원에게 건네준 시점이 국정감사 직전인 96년 10월초인지(정의원),
국정감사가 끝난 시점인 12월인지(권의원) 여부였다.
돈이 오간 시점이 어느쪽으로 판명나느냐에 따라 권의원의 금품수수가
뇌물인지, 단순한 정치자금인지가 가려지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이 문제에 집중됐다.
그러나 두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호형호제"해온 그간의 관계를 무색케
하는 "떠넘기기 증언"으로 일관했다.
정의원은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국회 재경위소속 국민회의 의원들의
국감자료 요청과 질의를 무마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원을 건네받고 이
돈을 국정감사기간인 10월초 권의원에게 전달해 줬다고 증언했다.
정의원은 하얏트호텔에서 권의원을 만나 이같은 뜻을 전한뒤 그날 저녁
권의원의 비서관을 통해 1억원이 든 돈가방을 전달했고, 10월11일 병무청
국정감사장 의원휴게실에서 가방열쇠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정의원은 그러나 돈을 전달한 날자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의원은 특히 "당시 정태수총회장이 적어준 로비대상의원 명단이 적힌
쪽지를 건네주었다"며 건넨 자금이 로비성 자금임을 시인했다.
그러나 권의원은 자신이 정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이 국감이 끝난
한참후인 96년 12월6-7일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돈을 받을 때도 메모지는 물론 청탁을 받은 바도 없다며 "대가없는
순수 정치자금"임을 강조했다.
권의원은 "그 돈이 정태수씨로부터 온 돈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해
정의원이 정총회장의 돈이라고 밝혔다는 증언과도 다른 주장을 폈다.
권의원은 심지어 "지난 95년 정의원이 정총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받고 중간에 착복했던 점을 감안할 때 96년에도 돈을 착복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국민회의 김경재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하기까지 했다.
답변태도에서도 정의원은 시종 착잡한 표정으로 가끔 울먹이는 듯한 답변을
했고 "권의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그러나 권의원은 여당의원들의 질의를 끊고 자신의 해명을 길게 늘어
놓거나 일부 의원들의 질의에는 상기된 표정으로 정면 반박하는등 "증인"이
아닌 "신문자" 같은 태도를 취해 여당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국민회의의원들은 권의원에게 "한보사건후 다른 정치인은 모두 잠자코
있는데 유독 증인만이 솔직히 털어놔 손해받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느냐"(김경재의원) "정의원은 평소에도 야당의원에게 물심양면으로 챙겨
주는 분이시죠"(조순형의원)라는 질문을 던져 권의원의 정직성을 부각시키고
권의원이 받은 돈이 정치자금임을 입증하려고 애써 "한보청문회"가 아닌
"권노갑 누명벗기기 청문회"를 연출했다.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