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을 사적지로 지정했으면 유물이 묻혀있는 성곽 내부도
보호조치를 해야지 아파트숲을 만들어서 되나"

지난 11일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2천년전 백제
유물이 대량 출토되면서 이 지역을 사적지로 지정해 개발에 따른 유물
훼손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주민 반발과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풍납동에는 현재 동아건설 극동건설 등에서 지은 재건축 아파트만
1천8백여 가구가 들어서있으며 이밖에도 2천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건립중이다.

그런데 현재 평당 1백50만원 이상이 드는 발굴비용 부담은 법에 따라
모두 사업자가 하고 있고 발굴조사 기간도 2개월이나 소요돼 공사현장에서
유물이 나오더라도 은폐 파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물이 출토될 경우 발굴단이 현장보존을 하기로 결정이 나면 건축은
아예 불가능해지기때문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구에서 공사전에 유물존재 여부를 발굴조사토록
행정지도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풍납토성은 둘레 4km의 타원형 도성으로 백제 한성시대 (BC 18년~
4백75년)의 수도일 가능성이 높은 곳.

지난 11일 송파구 풍납2동 현대 연합주택 조합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2천년전 생활상을 생생하게 반영하는 7군데의 집터
구덩이 토기 1백여점 등으로 이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따라서 학자들은 더 늦기전에 사적지로 지정해 개발에 따른 유물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성곽뿐 아니라 풍납토성내 주민 거주지까지도
사적지로 지정한다면 1조원을 들여도 주민이주등 보호조치를 할수 없다"고
실토하고 "서울 4대문안 등 조선시대 유적들이 묻혀있을 법한 지역도
사적지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