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리 유령회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어 발행한 가짜어음
을 사채시장에서 할인하는 수법으로 5천억원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회의 김민석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이용남 전(주)한보사장에 대한
청문회에서 "지난해 한보철강이 하도급 계약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근주건설
은 이미 95년 부도를 낸 회사로 계약서에 쓰인 주소도 존재하지도 않은
유령회사임에도 6억원짜리 하도급 계약을 맺고 제일은행에서 가짜 진성어음
을 발행했다"며 계약서와 어음사본을 제시했다.

김의원은 "이같이 근주건설과 하도급 계약을 통해 발행한 가짜 진성어음이
지난 한해만해도 18건, 1백억원에 이른다"며 "한보측은 이를 주로 충청은행
서울지점에서 할인했고 이 은행은 대구지역 신용금고등 영남지역 신용금고
에서 다시 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이러한 업무를 모두 한보직원이 일괄대행했으며 96년이후 이러한
수법으로 조성한 자금만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고
"한보의 이러한 행위는 사문서위조 세금포탈 사기등의 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의원은 "이같은 가짜어음할인이 한보 사채업자 지방금융기관장이
서로 인지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며 "한보 내부자로부터 사전 결탁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하도급계약서상의 계약자인 이전사장은 "한보그룹은 나를 포함한 임원의
직인을 정총회장이 모두 갖고 직영했기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말하고 "아마 정총회장이 자금조달을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 허귀식.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