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시장에 대만업체들이 대대적으로
신증설에 나서면서 반도체시황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만업체들의 생산능력이나 투자계획이 대외적으로 거의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막연히 올 6월이후 대량생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
가격의 재붕괴에 대한 우려마저 생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한 반도체업체와 미국의 유수증권회사인 스미스
바니의 일본지사가 각각 실시한 "대만업체 현황및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가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대만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는 것.

또 16메가D램 가격이 14~15달러 수준으로 상승할때까지는 한.일 양국
업체간의 감산공조체계가 유지돼 우려되는 반도체가격 재붕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일치된 분석이다.

<> 대만업체들의 생산현황 =주력제품인 16메가의 생산이 올해 1억5천만개
내년엔 3억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시장의 10%(97년)와 16%(98년)에 달하는 것이다.

이중 자체브랜드로 판매하는 제품은 절반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미쓰비시
도시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지멘스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따라서 대만업체들이 스스로 통제할수 있는 물량은 올해는 최대 9천만개로
5%,내년엔 1억5천만개로 8%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미쓰비시 도시바 후지쓰등 일본업체들은 대만업체로부터 납품을 받는
주요업체들인데 OEM 물량증가에 따른 시장붕괴를 원치않아 대만업체들의
생산증가를 억제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 투자계획 =대만업체들은 소규모로 일정량씩 생산능력을 늘려가는 투자
패턴을 갖고 있다.

라인가동시점에서 생산라인을 모두 갖출때까지 2년내지 2년반이 걸리는데
아직까지 당초 계획대비 추가적인 증설이나 신규라인 건설을 위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대만업체들이 16메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린다
해도 투자에 의한 추가 물량은 99년초에야 시장에 내놓을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이 시기는 64메가D램의 시장이 확대되는 시점이어서 16메가에 대한
추가 투자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업체별 계획을 보면 TI에이서는 1공장을 풀가동중이나 증산계획이
없고 완공단계에 있는 2공장의 증설계획은 보류한 상태이다.

윈본드는 지난해 화재로 전소된 1공장의 재건설을 무기한 연기했고
2공장은 도시바에 1백% OEM납품키로 하고 올 4.4분기중 시험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밴가드는 1공장의 웨이퍼 투입량을 당초 월 1만8천장에서 1만장으로
축소하고 있으며 UMC사는 2공장 건설계획을 취소하고 대신에 11개 미국
업체와 공동으로 소규모의 3개 합작공장건설을 추진중이다.

올 4.4분기 가동예정인 TSMC는 우선 후지쓰로 내보낼 16메가제품을
소량씩 생산할 계획이다.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 =스미스바니저팬은 대만의 주요 반도체업체를
방문 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적어 98년까지는
D램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국업체들도 대만업체가 시황에 별영향을 못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16메가의 가격도 꾸준히 오를
것이다.

이는 대만의 시장점유율이 낮고 세계시장의 8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한.일업체간 감산공조체제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이들업체간의 공조는 시장붕괴에 따른 업체들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만큼
D램가격이 일정수준으로 오를때 까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전망이다.

또 64메가등 차세대제품 생산을 위한 대규모의 재투자를 위해선 16메가
가격이 최소 14~15달러까지 올라야 하며 이런 가격대에 오를때까진
양국업체가 감산정책을 강력히 펼 것으로 전망된다.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