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 환율악화, 외채급증, 경상수지적자 심각, 수출액 급감,
금융시장 경색, 물가불안, 경제전망 수정발표..

작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신문의 경제 관련 기사에서 자주 보게 되는
말들이다.

이러한 말들을 앞으로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더 접하며 살아가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도 명쾌한 답변을 못하고 있다.

"총체적 불황"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 속에서
"관광산업"에 주목한다.

이 총체적 불황에 관광수지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올해
1,2월의 관광수지적자는 동기의 경상수지적자(55억9천만달러)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5% 급증한 6억1천만달러(유학.연수포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목소리는 늘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관광"이라고 하면 "먹고 노는 일"롤 간단히 정의 내려 버리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

이는 관광산업을 사치성 소비향락산업으로 분류했던 정부 정책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인식하고 있을 때 선진국들과 일부 후발
산업국에서는 관광산업을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닌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발빠른 투자를 계속해 왔으며, 이미 그 알찬 열매를 따내고 있다.

관광산업은 정보산업과 함께 21세기의 가장 유망한 전략산업임에
틀림없다.

세계인들은 양적 보다는 질적인 생활의 추구를 삶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국경의 개념은 이미 무너져 지구촌.세계시민의 새로운 개념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 시스템의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산업
국가들의 인구가 점차 노령화되고 있다.

각국의 규제완화에 따른 시장 자율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지식
증대에 따른 욕구의 증가, 자본.기반시설.인력의 국가간 편중에 따른 해외
시장 직접 진출등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모든 현상들이 향후 관광산업의 비약적인 팽창을 예단하는 증거들인
것이다.

수치를 들어보면 관광산업의 미래 가능성은 더욱 명료해 진다.

한국관광공사와 WTO(세계관광기구)의 자료에 의하면 관광산업은 세계
GNP의 12%,전체 고용 인구의 10.6%를 차지하여 단일 산업으로는 세계 최대의
산업으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매래 산업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제여행이 세계적으로 일반화되기 시작한 1950년이후 세계관광객수는
연평균 7.2%, 관광 수입은 12.3%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2000년에는 세계 관광객이 6억4천3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 몇%에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인가?볼 거리가 없고, 마땅히 묵을
곳이 없고, 즐길 것이 없다.

한국 문화를 체험해 볼 마당이 없고,한국 문화를 전문적으로 전파해
줄 사람이 없다.

물가는 비싸고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정표조차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

반만년의 찬란한 역사는 그들에게는 살아 있는 체험의 장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그냥 전시된채 뭍혀 있는 유물로만 비춰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3일 "여행관련 산업의 경쟁력 제고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각종 규제가 폐지되고 본격적인 육성 정책이 시도될 모양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진정으로 환영할 일이다.

관광은 국력이다.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들은 하나같이 관광 선진국이다.

관광수입1위 미국이 그렇고, 프랑스가 그렇고, 이탈리아가 그렇다.

외국관광객 1명을 유치하면 컬러TV 16대를 수출한것과 같다.

5명만 유치하면 자동차 1대를 수출한 것과 같아진다.

교통개발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관광산업에 1억원을 투입했을때의 순소득
발생은 2천5백만원으로 여타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고용창출효과 또한
10명으로 가장 크다.

반면, 수입유발효과는 상대적으로 높지않게 나타나고 있다.

심각하게 문제 제기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진정 우리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우리가 고도.압축성장의 단맛을 즐기는 동안 세계의 관광객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느껴지던 깊은 문화의 향취는 빛바래고,
"볼 것 없고, 살 것 없고,느낄 것 없는"나라로 전락하고만 것이다.

"서울요? 지긋지긋해요, 다시 찾고싶지 않아요"

김포공항을 떠나는 외국관광객이 남기고 간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