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동호회 회원들 다 모여라. 이번주 토요일 회사옆 테니스장.
불참 회원 벌금 2만원"

"산악회에서 이번주 일요일 명성산에 갑니다. 안나오면 후회할 겁니다"

"스쿼시 동호회 모집.자격, 우리회사 직원.초보자 환영"

정보통신업체인 C사의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라온 동호회 활동 공지사항
이다.

이 게시판에는 이밖에도 10여개의 동호회가 각종 활동사항을 온라인으로
전달하고있다.

정보화진입과 함께 기업내 사무전산화와 전자결재에 이어 이제는
동호회모임도 디지털시대를 맞고있는 것.

C사의 한관계자는 "그룹웨어 인트라넷 등 전자메일시스템이 민간업계에
보편화되고 모든 직원들에게 정보통신체계가 개방되면서 동아리문화도
정보화 바람을 빠르게 타고 있는것 같다"고 들려줬다.

전자메일은 동호회의 충실한 메신저.

동아리의 회원모집 및 행사공고 지출내역 회원애경사소식 등의 모든
공지사항은 전자메일 몫이다.

사진반 산악반 낚시반 등의 동호회들은 인트라넷 또는 그룹웨어에서
"사이버 사진전시회"을 갖기도 한다.

동호회 회장은 회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행사참석 여부를 확인할
필요 없이 간단히 전자메일에 행사계획을 띄우기만 하면 된다.

전자메일은 직원들에게 동아리모임에 접할 기회를 넓혀줘 "동아리 붐"을
조성하고 있다.

전자메일시스템이 구축된 회사에서는 업체 규모와 관계없이 적게는
10개 많게는 20여개의 동아리들이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스템통합 (SI) 전문업체인 쌍용정보통신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

스키 야구 등산 낚시 등 20여개의 이 회사 동호회들은 사내 전자메일인
"윈디"를 통해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각 부서에 배치된 새내기 사원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선착순 가입자에게 가입비 면제 특전을 주는가 하면 일부 동회회는
동호회와 관련된 문제를 올려놓고 정답자에게 상품을 주는 등의 홍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젊은 직원들은 2~3개의 동호회에 가입하고 있다.

이 회사 야구동호회 (드라코스) 회장인 최원대 SI사업팀장은 "전자메일
덕택에 홍보와 연락이 쉬워져 한때 위기를 맞았던 동호회 활동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며 "전자메일의 활성화가 새로운 기업문화를 주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메일은 동호회 회원 뿐만 아니라 여가생활을 즐기려는 모든
임직원들에게도 개방돼 있다.

전자메일 게시판에는 "잉글리시 페이션트 표 2장 확보, 함께 갈 사람
연락 바람" "오늘 오후 6시 바둑 파트너 구함. 2급이면 막상막하" 등의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직원간에 자유로운 교류의 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전자메일을 통한 동호회 활동은 비교적 젊은 사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그들이 PC통신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고 새로운 여가를
즐기려는 성향이 짙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한 신참사원들은 "전자메일 동아리문화"가 대학의
동아리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거부감 없이 참여하고
있다.

전자메일 동아리문화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여가 선용의 기회를
넓혀주고 애사심을 고취시킨다는 점에서 앞으로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