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고 싶어도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구직난이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지만 막상 중소업체
들이 사람을 쓰려고 하면 일하겠다는 기능인력이 없어 아우성이다.

어렵고 힘든 일은 피하려고 하는 우리 사회의 "3D업종 기피증세"가 고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 것.

1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센츄리타워빌딩에서 서울인력은행 주최로 열린
"제1회 기능인 구인.구직 만남의 날"행사장.

구인 업체들이 행사 두시간 전부터 나와 성실하고 유능한 기능인들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러나 대부분 경력이 없거나 자격증 급수가 낮은 기능인 1백여명만이
참여, 두달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명예퇴직자 대상 취업알선행사에 1천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던 것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

주최측은 "기능인의 지원이 적을 것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적을 줄은
몰랐다"며 "일간지 라디오 PC통신을 통해 많은 홍보를 했지만 별 효과가
없는것 같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했던 업체중 상당수는 아예 지원자가 없어 행사시간이
끝나기 전에 자리를 정리해야 했다.

경기도 화성의 반도체장비업체인 한주산업 경영지원팀 조성숙씨는
"오전부터 용접기능인력을 기다렸지만 한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기능사 뿐
아니라 기술을 배우고자하는 사람조차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동양기전(주)을 비롯한 42개 중견업체들이 참가해 선반 등 32개 부문에서
모두 2백98명의 생산.기능인력을 즉석 면접을 통해 모집하려던 이 행사의
당초 취지는 이래서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이날 행사에 참가한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업체들로부터 칙사대접을
받으며 면접을 치렀다.

이날 서울의 한 용접회사를 지원해 즉석 면접을 본 전기용접부문 2급
기능사 김계홍씨(26)는 "자격증을 딴 뒤 신도림역 근처에서 용접회사에
다녔는데 야간잔업이 많고 보수가 적어 1년반 만에 그만뒀다"고 말하고
"보수가 후하고 안정성있는 회사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격증을 같이 딴 직업훈련원 친구들 중에서도 쉽고 편한 일을
찾아 전공과 관계없는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서울인력개발원의 지원을 맡고 있는 노동부 중앙고용정보관리소 김동석
소장은 "고학력자들이 주로 사무직과 전문직을 선호하기 때문에 화이트칼라
인력은 남고 기능인력은 모자란다"고 말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직업훈련
과정을 연계시켜 기능인력을 더 많이 양성하고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서
기형적인 인력수급불균형의 구조를 깨뜨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