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카페에 가보자"

차와 함께 분위기를 파는 카페는 90년대 문화의 한자락으로 자리잡았다.

소문난 카페들은 거리의 명소로 당당히 군림한다.

카페는 이제 잠깐 들러 쉬거나 우아한 분위기를 즐기는 장소로 그치지
않는다.

말그대로 "토탈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놀이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포켓볼이나 게임기 등을 갖춘 스포츠 카페, 갤러리 카페, 라이브
공연장을 겸한 카페....

보다 다양한 즐길 꺼리를 마련해놓고 손님들의 발길을 당기고 있는 것.

요사이 부쩍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 바로 사주카페다.

사주카페라고 으시으시한 분위기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겉으로는 보통 카페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인생상담"이란 특별한 이벤트가 추가될 뿐이다.

이대앞 에로스는 잘 나가는 사주카페중 하나.

젊은 남성 역학인 4명이 상주하면서 사주, 관상, 궁합 등을 봐 준다.

서빙하는 종업원에게 신청을 하면 순서대로 "상담"의 기회를 준다.

과거 연애경력이나 성격등을 맞춰내는 데는 깜짝 놀랠 정도라고.

12시만 넘어도 순서가 돌아오려면 한시간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넘친다.

주로 재미삼아 연애운을 보는 학생들이 많지만 종종 멀리에서 원정온
아줌마 부대도 눈에 띈다.

물론 복채는 차값과는 별도다.

연애운.직장운은 각각 3천원, 관상.수상은 2천원씩이며 궁합은 당연히
더블 (6천원)이다.

오후 6시 이후에는 한가지만 선택할 수 있으며 영업은 밤 10시까지.

본인 말주변에 따라 훨씬 많은 얘기를 끄집어낼 수 있으니 해주는
말에만 만족하지 말것.

끈질기게 묻고 또 묻는 것이 복채를 뽑는 길이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