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인간, 24성인, 노아의 방주...

성경에서 유래된 많은 상징과 의미들이 예배당 곳곳에 숨쉬고 있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J교회 본당은 전체 분위기뿐만 아니라 벽 천장
조명 등 부분마다 종교적인 정서를 세심하게 반영하고 있다.

엘비디자인(대표 황옥채.517-1697)이 설계한 이 교회는 원목과 천을
조화있게 사용해 경건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느낌을 준다.

예배당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면의 십자가.

어두운 색의 무늬목을 사용하면서도 십자가내부를 투명하게 만들어
뒤쪽에서 비추는 조명이 십자가 안팎으로 새나오도록 했다.

마치 십자가가 공중에 떠있는 듯한 효과를 낸다.

십자가가 걸린 벽 양쪽은 짙은 자주색 천으로 처리, 밝은색의 벽과 대조를
이루며 강한 인상을 갖게 한다.

그 앞쪽으론 엷은 색의 단풍나무를 사용, 좌우에 문이 달린 듯이 표현했다.

강단도 같은 소재를 활용해 통일감을 갖게 했다.

예배당 좌우벽에 12개씩 달려있는 조명박스는 24성인을 상징한다고.

길고 심플하게 디자인된 박스가 신도들을 중간에서 내려다 보듯 일렬로
설치됐다.

가운데 사각으로 뚫린 공간을 통해 비춰지는 간접조명이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인간(바닥)과 신(천장)을 영적으로 연결하는 성인이란 이미지를 잘 표현
하고 있다.

조명등이 걸린 나무벽 아래쪽으로는 흡음이 가능하도록 천이 부착된
패널을 연결시켰다.

천을 사용함으로써 빛이 반사되지 않고 바닥까지 전달될 수 있게 했다.

올리브그린색이 원목색과 차분하게 조화를 이룬다.

강단 맞은편에 있는 2층 신도석은 배의 곡선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노아의 방주에서 개념을 가져왔다.

배모양을 표현하는 격자무늬가 1층 신도석 위 천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점점이 비추는 조명등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높은 천장은 하늘과 같은 느낌이 나도록 밝게 처리했다.

가운데 부분을 넓게 파서 조명등을 설치하고 둥근 불투명 플라스틱 덮개를
통해 빛이 퍼지도록 했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