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9단이 2년 8개월만에 또다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조 9단은 18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8기 동양증권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국에서 일본의 강자 고바야시 사토루 9단을 맞아 2백85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3대0으로 우승했다.

이로써 조 9단은 "94년 8월 제7회 후지쓰배에서 우승한 이후 또다시
국제기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우승상금 1억2천만원을 받았다.

반면 고바야시 9단은 준결승에서 세계바둑의 일인자 이창호 9단을
꺾으면서 국제기전 결승에 처음으로 진출했으나 조 9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결승에서 조 9단은 세 판 모두 초반과 중반의 열세를 보이며
고전하는듯 했으나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며 번번이 뒤집기에 성공했다.

3월31일 열린 제1국에서 조 9단은 순간의 착각으로 대마가 함몰하며
비세였으나 종반들어 고바야시 9단의 대착각을 놓치지 않고 공략해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2일 계속된 제2국에서도 초반에 부진했던 조 9단은 종반들어 전개된
난타전에서고바야시 9단이 어처구니없는 헛패를 쓰자 이 기회를 낚아채며
승리해 우승을 눈앞에 두었다.

이어 결승 3국 역시 초반과 중반은 고바야시의 우세로 나타났으나
조 9단이 종반 들어 멋진 끝내기 솜씨를 보여 상대가 돌을 던지도록
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조 9단은 국제기전 4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