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OB맥주는 3년간 2천5백억원이상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94년 맥주사업에 새로 참여한 진로쿠어스맥주는 지난해말까지 9백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2~3년간 비교적 장사가 잘됐던 조선맥주의 흑자규모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선맥주는 지난해 1조1천9백44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
순이익은 81억원에 불과했다.

맥주사업이 죽을 쑤면서 모기업인 두산 진로 조선맥주는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진로는 보유부동산을 서둘러 매각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맥주업체들의 부실은 경기불황에 따른 맥주소비 위축에도 원인이
있지만 주류산업 전반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현실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과잉설비투자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자율경쟁이라는 미명아래
주류제조면허를 남발한 것이 첫번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진로는 지난 92년 노태우 정권말기에 맥주사업면허를 따냈다.

진로의 맥주시장 참여는 곧바로 주류업체간 과당경쟁을 부추겼다.

OB맥주는 93년 강원도 연고의 경월소주를 인수했다.

조선맥주도 지난달 전북연고의 보배소주를 사들였다.

92년 이전만해도 국내 주류업체들은 맥주 또는 소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함
으로써 경쟁력을 나름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 업체가 맥주 소주 위스키를 모두 취급하다보니 설비의
과잉투자는 물론 과당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증가로 경영에 멍이 들고 있다.

맥주3사의 연간 생산능력은 이제 국내 맥주소비량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이들의 연간생산능력이 2백70만kl에 이르고 있는데 반해 소비량은
1백70만kl에 그치고 있다.

생산되는 맥주의 70%만 소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나머지는 재고로 쌓이고 있다.

지난해 맥주3사의 평균설비 가동률은 60%선으로 떨어졌다.

설비사장에 따른 경영채산성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두산그룹이 지난해 부도설로 홍역을 치른데 이어 최근에는 진로가 자금악화
로 애지중지하던 부동산을 헐값에 내놨다.

조선맥주는 이들에 비해 경영상태가 양호한 형편이나 강원도 홍천공장 건설
에 따른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어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뿐만아니라 막대한 주세부담도 업계의 목을 더욱 죄어들고 있다.

맥주의 주세율은 1백30%로 양주의 1백%와 소주의 35%에 비해 턱없이 높다.

주세에 교육세와 부가세를 합칠 경우 맥주세율은 1백96%로 껑충 뛴다.

반면 사치품목인 위스키는 1백53%이다.

지난해 맥주업계가 국세청에 납부한 세금총액은 무려 1조3천6백30억원에
달했다.

이많은 세금을 매달 꼬박꼬박 현찰로 관할세무서에 납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맥주 판매대금은 3~4개월짜리 어음이 대부분이다.

이러다보니 자금차입에 따른 이자부담은 연간 4백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맥주업계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산 맥주의 저가공세에 맞서려면 현재
1백30%인 주세율이 최소한 70%이하로 인하돼야 경쟁력을 회복할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경원은 주세정책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조세수입의
안정적 확보를 이유로 맥주세율 조정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위기의 맥주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해당기업의 자구노력도 중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주류산업정책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 서명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