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전북한노동당비서의 무사입국에 대해 정치권은 환영하는 분위기속에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한국당은 황씨의 입국이 남북관계의 실상을 파악하는데는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만 정치권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윤성대변인은 "목숨을 건 황전비서의 망명이 남북관계 개선과 항반도
평화정착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를 온국민과 더불어 기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박관용 사무총장은 야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른바 "황풍"설과 관련,
"황전비서 망명은 한민족의 통일이라는 순수한 의미에서 접근해야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른바 "황장엽리스트"가 만약 존재하거나 황씨가
그에 관한 발언을 할 경우 정치권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회의는 대선정국에서 황장엽리스트를 이용한 공안정국 조성기도를
우려해 오던 종래 태도와는 달리 의외로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황씨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미국과 중국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고 설훈 부대변인도 "설사
리스트에 관한 설이 맞더라도 야당보다는 여권이 더 걱정할 일"이라고 주장
했다.

자민련은 당의 보수성향을 강조하려는듯 황씨의 우선 사죄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택수 대변인은 "그는 주체사상을 창안한 이론가이자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 전범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아울러 북의 모든 정보를 한점 남기지 말고 사실대로 우리측에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