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conomist지] 홍콩경제 '모험'..둥젠화 행정장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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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특약 독점전재 ]
< Is Hong Kong ripe for a bit of central planning?
April 18, 1997, Economist >
오는 7월의 홍콩반환후 중국지도부의 말대로 ''홍콩경제''가 정말 현체제를
지속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중국에 반환된 홍콩을 이끌 둥젠화(동건화) 초대행정장관과
신임각료들은 경제''정책''이라는 것을 들먹여 홍콩기업가들을 긴장시켰다.
''경제 불간섭주의'' 대신 정부가 나서서 산업의 발전방향을 유도하는 ''중앙
계획경제''를 내비친 것이다.
홍콩은 세계 최고의 ''자유 경제지대''로 손꼽혀 왔다.
투명한 세제, 낮은 세율, 자유방임주의와 작은 정부...
시장경제 옹호론자들은 그래서 홍콩이 바로 자유시장경제 그 자체라고
찬양해 왔다.
이같은 이상적인 체제에 둥젠화 정부가 제동을 걸려는 이유는 한가지.
왜곡된 산업구조 때문이다.
아시아 금융의 메카, 쇼핑의 천국, 무역의 중심지..
홍콩을 일컫는 수많은 별칭중 어디에도 제조업과 관련된 것은 없다.
둥젠화 초대행정장관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부문을 육성시켜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해 왔다.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새 정부의 핵심참모인 홍콩공업총회의 헨리 탕 회장은 최근 "홍콩경제가
나아갈 길"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홍콩의 제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다국적 기업에 세금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첨단 벤처기업들을 육성하는데에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
했다.
둥젠화 장관의 경제참모인 제임스 티엔도 다국적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홍콩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조업 살리기"가 홍콩의 과제로 떠오른 것은 대륙에만 의존해온 노동
수급이 삐걱댈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만해도 홍콩경제는 제조업 중심으로 움직여갔다.
경제활동 인구의 46%정도가 공장에서 일했다.
이같은 구도는 중국이 개방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홍콩의 기업들은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갖춘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홍콩계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인력중 홍콩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3%로 뚝 떨어져 있다.
문제는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연간 두자릿수 이상의 증가율로 뛰어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값싼 노동력이라는 이점이 감퇴하면서 "메이드 인 홍콩"의 경쟁력이 약화
되고 있다.
동남아 경제등이 제조업을 바탕으로 쑥쑥 성장하는 것도 홍콩의 새 정부를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아시아의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 탄탄한 연구
개발(R&D)을 토대로 제조업및 무역 중심지로 떠오른 대만등이 홍콩을 위협
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상하이(상해)를 부흥시키는 과정에서 홍콩을 희생양으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홍콩 지도층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의 경제개입이 순탄할리는 없다.
그동안 경제에 관한 한 무제한적인 자유를 누려온 홍콩인들이 반발할 것은
뻔하다.
사실 홍콩인들은 정부의 가르침 없이도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해 왔다.
생산설비 이전으로 홍콩에서 제조업 부문 일자리가 엄청나게 날아갔지만
바로 서비스 분야등에서 훨씬 많은 수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서방의 홍콩전문가들도 첨단 기술에 투자하지 않고도 훌륭히 성장해온
홍콩 기업들의 "장기"를 지적하면서 뒤늦은 "정책경제"가 득보다는 실을
가지고 올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최근 출간된 "홍콩의 비교우위"(옥스퍼드대 출판)에서는 홍콩이 앞으로
런던과 도쿄를 적절히 혼합한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금융과 제조업이 적절히 조화된 이상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다국적 기업을 활용해 보겠다는 방안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경우 첨단 기술 이전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싱가포르 기업들이 외국기업들의 도움으로 벌떡 일어섰다는 사례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홍콩정부가 현재의 기술력을 토대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기술혁신에 앞서 홍콩의 비합리적인 부동산법부터 개정할 것도 충고한다.
물론 중국당국이 홍콩의 정치.경제.사회제도를 뜯어고치며 사사건건 간섭해
올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이 홍콩경제를 건드리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것은 분명하다.
둥젠화 정부의 경제정책이 적지않은 문제를 낳겠지만 중국정부가 홍콩경제
에 전면개입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이 홍콩인들의 정서다.
< 정리=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1일자).
< Is Hong Kong ripe for a bit of central planning?
April 18, 1997, Economist >
오는 7월의 홍콩반환후 중국지도부의 말대로 ''홍콩경제''가 정말 현체제를
지속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중국에 반환된 홍콩을 이끌 둥젠화(동건화) 초대행정장관과
신임각료들은 경제''정책''이라는 것을 들먹여 홍콩기업가들을 긴장시켰다.
''경제 불간섭주의'' 대신 정부가 나서서 산업의 발전방향을 유도하는 ''중앙
계획경제''를 내비친 것이다.
홍콩은 세계 최고의 ''자유 경제지대''로 손꼽혀 왔다.
투명한 세제, 낮은 세율, 자유방임주의와 작은 정부...
시장경제 옹호론자들은 그래서 홍콩이 바로 자유시장경제 그 자체라고
찬양해 왔다.
이같은 이상적인 체제에 둥젠화 정부가 제동을 걸려는 이유는 한가지.
왜곡된 산업구조 때문이다.
아시아 금융의 메카, 쇼핑의 천국, 무역의 중심지..
홍콩을 일컫는 수많은 별칭중 어디에도 제조업과 관련된 것은 없다.
둥젠화 초대행정장관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부문을 육성시켜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해 왔다.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새 정부의 핵심참모인 홍콩공업총회의 헨리 탕 회장은 최근 "홍콩경제가
나아갈 길"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홍콩의 제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다국적 기업에 세금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첨단 벤처기업들을 육성하는데에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
했다.
둥젠화 장관의 경제참모인 제임스 티엔도 다국적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홍콩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조업 살리기"가 홍콩의 과제로 떠오른 것은 대륙에만 의존해온 노동
수급이 삐걱댈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만해도 홍콩경제는 제조업 중심으로 움직여갔다.
경제활동 인구의 46%정도가 공장에서 일했다.
이같은 구도는 중국이 개방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홍콩의 기업들은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갖춘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홍콩계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인력중 홍콩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3%로 뚝 떨어져 있다.
문제는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연간 두자릿수 이상의 증가율로 뛰어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값싼 노동력이라는 이점이 감퇴하면서 "메이드 인 홍콩"의 경쟁력이 약화
되고 있다.
동남아 경제등이 제조업을 바탕으로 쑥쑥 성장하는 것도 홍콩의 새 정부를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아시아의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 탄탄한 연구
개발(R&D)을 토대로 제조업및 무역 중심지로 떠오른 대만등이 홍콩을 위협
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상하이(상해)를 부흥시키는 과정에서 홍콩을 희생양으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홍콩 지도층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의 경제개입이 순탄할리는 없다.
그동안 경제에 관한 한 무제한적인 자유를 누려온 홍콩인들이 반발할 것은
뻔하다.
사실 홍콩인들은 정부의 가르침 없이도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해 왔다.
생산설비 이전으로 홍콩에서 제조업 부문 일자리가 엄청나게 날아갔지만
바로 서비스 분야등에서 훨씬 많은 수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서방의 홍콩전문가들도 첨단 기술에 투자하지 않고도 훌륭히 성장해온
홍콩 기업들의 "장기"를 지적하면서 뒤늦은 "정책경제"가 득보다는 실을
가지고 올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최근 출간된 "홍콩의 비교우위"(옥스퍼드대 출판)에서는 홍콩이 앞으로
런던과 도쿄를 적절히 혼합한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금융과 제조업이 적절히 조화된 이상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다국적 기업을 활용해 보겠다는 방안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경우 첨단 기술 이전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싱가포르 기업들이 외국기업들의 도움으로 벌떡 일어섰다는 사례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홍콩정부가 현재의 기술력을 토대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기술혁신에 앞서 홍콩의 비합리적인 부동산법부터 개정할 것도 충고한다.
물론 중국당국이 홍콩의 정치.경제.사회제도를 뜯어고치며 사사건건 간섭해
올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이 홍콩경제를 건드리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것은 분명하다.
둥젠화 정부의 경제정책이 적지않은 문제를 낳겠지만 중국정부가 홍콩경제
에 전면개입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이 홍콩인들의 정서다.
< 정리=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