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이번주말이나 내주초에 사법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한보사건의 매듭을 위해 여권핵심부와 검찰이 막마지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핵심부는 김현철씨가 주변인사들에 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금품수수및
이권에 개입한 사실이 일부 확인되고 있어 본인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또 이번주초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및 재소환 조사를 매듭짓고 주말께
에는 받은 돈의 액수와 직무 관련성 내지 대가성 등을 감안 5~6명의 정치인을
사법처리키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국회청문회가 끝나는 내주초까지는 현정부들어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한이헌 이석채씨에 대해서는 직권 남용, 현직 은행장 몇명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최종 단안을 내릴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김현철씨의 구속여부가 아직 확정적이지 못한 상태인
데다 김씨는 자신의 사법처리가 결정될 경우 오는 25일로 예정된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는 예상밖의 내용을 증언할 수도 있어 여권의
한보사건 매듭 수순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야권은 22일의 청문회에서 지난 92년 대선때 김영삼 후보의 사조직인
나사본의 총무부장을 지낸 박태중씨에 대한 신문을 통해 대선자금문제를
정치쟁점화할 것으로 보여 의외의 변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야가 김현철씨에 대한 청문회 자체는 물론 향후의 정국의 주도권 장악
등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권은 아직도 김현철씨를 비롯한 전직 청와대수석이나 은행장들의 경우
뇌물수수 등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사법처리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권은 다만 국민정서 등을 감안할때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냥 넘길수 없다는 쪽으로 당내세가 쏠리고 있어 그에 대한
사법처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긴 하다.

전직 청와대 경제수석들이나 뇌물을 받지 않은 은행장들은 물론 현역 정치인
들의 자금수수에 대해서는 "대가성"을 감안, 형사처벌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여권의 입장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한보사태의 본질은 인허가 과정및 은행대출과정에서의 외압과 뇌물수수인
데도 정치권에 대한 "사정"으로 이를 호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야권도
어려운 입장이기는 여권과 비슷하다.

야당인사의 경우 대다수가 "입막음용"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볼수 있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상당수의 여야 중견 정치인들에 대한 사실상의 "물갈이"를 초래할
한보사건의 매듭 수순과 폭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