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유통시장을 선점하라"

최근 대기업들이 현대화된 농축수산물 물류센터등을 건립, 농축수산물
유통업 진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농협 수협등 생산자단체들도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과 소비지 유통망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간 유통과정이 복잡하고 물류및 운영체계도 낙후돼 있는 농축수산물
유통시장의 현실이 거꾸로 성장가능성이 큰 미개척 시장으로 인식되면서
기업간 선점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중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중앙개발과 거평그룹.

중앙개발은 총 1백80억원을 투입, 올해말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용인에
대지 1만평 규모의 농산물 물류센터의 건설에 들어갔다.

거평그룹은 오는 99년까지 총 9백억원을 투자, 전남 장성에 대지 5만평
규모의 농축수산물 종합물류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또 오는 24일 전남 광주에 처음 문을 열 "거평마트"를 농축수산물 중심의
할인점으로 운영,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연결되는 1차식품 유통체계를
세워나갈 방침이다.

이밖에 동원산업은 경기도 고양시에 수산물백화점을, 코오롱상사는
농축수산물등 1차식품을 강화한 할인점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효성생활산업은 화훼유통사업을 추진중이다.

농협 수협등 생산자단체들은 투자규모면에서 이들 대기업을 훨씬 앞선다.

농협은 올해말 완공될 대지 2만평 규모의 서울 양재동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오는 98년까지 창동 청주등 5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또 지방자치단체등과 손잡고 소규모 농협슈퍼마켓을 창고형 대형
할인매장으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수협은 지난해말 경기도 광주에 수산물 물류센터를 건립한 데 이어
오는 2천년까지 부산 감천항, 서울 외발산동 등지에 대형 물류센터와
직판장을 모두 9개로 늘리는등 투자확대에 나서고 있다.

농축수산물 유통시장에 대한 투자가 이같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기존 유통구조가 낙후돼 있는 만큼 현대적 설비와 운영체계로 시장을 선점할
경우 높은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5~6단계에 달하는 농축수산물 유통과정을 물류센터등을 통해
3~4단계로 줄이면 도매시장 거래가격보다 싸게 판매하더라도 마진은
보장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농축수산물 유통현대화를 위해 기업등이 물류센터를 건립할
경우 건축비의 60%를 장기저리로 지원해 주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농협등 생산자단체들이 주도하던 농축수산물 유통시장에 이같이
민간기업의 참여가 늘어남에 따라 상호경쟁을 통해 농축수산물 유통의
현대화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 장규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