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진로그룹회장의 경영권포기를 둘러싸고 채권금융기관과 진로그룹간
의 치열한 물밑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은 협조융자의 전제조건으로 장회장의 경영권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반면 진로측은 다른 것은 다 내놓을수 있어도 경영권은 절대 뺏길수 없다며
경영권사수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따라 장회장의 경영권포기여부가 진로그룹 정상화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업 서울등 채권은행들은 이미 장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를 접수키로
내부적으로 확정한 상태다.

한 관계자는 "24일까지 진로그룹으로부터 구체적 자구계획서를 제출받으면
대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겠지만 현재로선 오는 28일 열리는 대표자회의에
경영권포기각서등 채권확보서류를 징구하는걸 의안으로 상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진로그룹을 상대로 경영권포기각서징구등에
대해 의사를 타진중이나 진로그룹이 완강한 편이라 걱정"이라고 밝혀
경영권포기각서징구가 추가지원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채권은행들은 따라서 장회장이 끝까지 경영권포기각서제출을 거부할 경우
정상화지원대상기업선정을 원인무효화하고 법정관리-제3자인수등의 수순을
밟아 처리할 계획이다.

채권은행들은 장회장이 순순히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면 일단 추가지원을
실시한뒤 <>진로그룹이 자구계획이행을 소홀히 하거나 <>장회장이 사적인
경영권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이를 실행에 옮겨 강제적으로 장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할 예정이다.

그러나 진로그룹의 한 관계자는 "채권금융기관의 경영권포기각서요구가
자구계획의 성실한 이행을 위한 압박용이라면 이를 수용할 수 있으나 장회장
을 경영일선에서 퇴진시키겠다는 의도라면 수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해 장회장의 경영권고수가 마지노선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수휴 은행감독원장은 "재무구조와 사업전망이 좋은 기업은 경영권을
빼앗을 이유가 없다"고 밝혀 진로그룹에 대한 선택적 처리방침을 내비쳤다.

이에따라 흑자를 내고 있는 (주)진로나 진로종합식품 등은 장회장이 경영권
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