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의 핵심측근인 (주)심우 대표 박태중씨는 22일의 한보청문회
증인이었던 G남성클리닉 박경식원장과는 대조적으로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듯 차분하게 증언.

증인으로 출석한 박씨는 청문회 시작 20분전인 오전 9시40분께 국회
한보특위사무실에 도착, 시종 굳은 표정으로 대기.

그는 김현철씨가 한보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저녁시간에 측근들과 구기동
집에서 만나고 있다는 소문의 진위를 묻자 "내가 무슨 죄인입니까. 밤에
집을 찾아가게..."라고 응수.

그는 또 "사실대로 당당하게 답변하겠다"고 청문회에 임하는 입장을 피력.

<>.이날 박씨에 대한 신문에 앞서 전날 박경식원장과 고성을 주고받았던
신한국당 박주천의원은 분이 안풀린 듯 박원장을 국회모독죄로 고발할 것을
동의.

박의원은 "어제 청문회를 마치고 한잠도 자지 못했다"면서 "박씨의 답변
태도가 국회를 모독할 정도로 불손했던 만큼 국회법에 따라 국회모독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

이에 대해 현경대위원장은 "박씨의 증언내용을 기록한 속기록이 완성
되는대로 면밀히 검토한뒤 국회법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
하겠다"고 답변.

그러나 상당수 여야의원들은 박원장이 불손하기 했지만 뒤에 일부 사과했고
박원장의 "소신증언" 태도를 높이 평가하는 여론을 의식, "박원장의 증언
태도를 문제삼을 경우 다른 증인들에 대해서도 모두 위증혐의 증언거부로
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

<>.김현철씨의 국정개입및 이권개입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씨에 대한 이날 청문회에는 특위위원이 아닌 여야의원 20여명이
방청석에 자리를 잡아 청문회에 쏠린 높은 관심을 여실히 입증.

특히 국민회의와 자민련등 야당의원들은 각당 소속 보좌관및 비서관은
물론 전문위원까지 대거 동원, 박씨의 진술을 메모하는등 박씨의 답변태도를
예의주시.

그러나 이들은 박씨가 각종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자 "박원장때보다
보는 재미가 없다"며 청문회장을 떠나기도.

<>.박씨는 전날 박원장이 철판구이집 아사도에서 김현철씨가 박씨를
"박국장"이라며 소개해준 적이 있다고 "생생히" 증언한 것과 관련, "박원장
의 말을 듣고 현철씨에게 바로 전화해 확인한 결과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면서 3자회동사실을 전면 부인.

이에 국민회의 조순형의원이 "박원장이 증인을 처음 보고 "큰일 낼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고까지 증언했는데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추궁하자 "나도
증인이고 박원장도 증인인데 왜 그 사람 말만 믿느냐"고 항변.

박씨는 특히 "전날 증인으로 나오신 분(박원장)이 "국민을 대표해서
나왔다"고 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며 은근히 박원장에 대한 사감을
드러내기도.

< 허귀식.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