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대상 기업"으로 선정되지 않은 진로계열사들이 위험하다.

진로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이 22일 밝힌 진로그룹의 계열사는
모두 32개.

이 가운데 진로 진로인더스트리즈 진로종합식품 진로건설 진로종합유통
진로쿠어스맥주 등 6개사만이 "정상화대상 기업"으로 지정됐다.

이들 기업에 대해선 28일 진로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때까지 채권행사가
유예된다.

이를 어기고 교환에 회부된 어음에 대해서도 해당어음만 부도처리하도록
돼있어 6개 기업의 경우 일단 부도 사각지대에 있다.

그러나 정상화대상 기업이 아닌 진로계열사들은 매일 돌아오는 수십억원의
어음과 피말리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들 어음은 진로주력기업의 어음규모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해당
기업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는게 사실이다.

21일엔 베스토아가 15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했으며 청주진로백화점도
22일 돌아온 15억원의 어음을 막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주거래은행들은 이들 기업을 정상화대상기업으로 지정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규모로 볼때 6개 회사가 그룹 총자산의 90%, 총매출액의 80.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정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는 것이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베스토아의 경우 작년까지만도 서울은행이 3억여원의
여신을 갖고 있었으나 올들어 모두 회수했다"며 "여신이 없는데도 기업
살리자고 무턱대고 정상화기업으로 지정할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관계자들은 진로계열사중 상당수가 부도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종금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은 견질어음은 무조건 돌린다는 입장이어서
주력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계열사들이 발행한 것으로 알려진 어음들은
이번주중 집중적으로 교환에 회부될 전망이다.

진로처리의 두번째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