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트쿠튀르협회 자크 무클리에회장, 프레타포르테 제랄드 루딘사장,
디자이너 카스텔 바작, 로리타 램피카, 호주디자인엽합회 질 스탠스필드
의장.

96년 10월에 열린 제12회 대구섬유축제에 참가한 해외 패션관계자들의
명단이다.

국제 패션계의 거물인 이들의 대구 나들이는 국내 패션계에 충격을
던졌다.

방대한 행사 규모도 관심거리.

축제는 대구컬렉션 패션디자인경진대회 텍스타일디자인경진대회
국제텍스타일디자인교류전 세계의상가장행렬 대학생패션페스티발
섬유아가씨선발대회 한복패션쇼 등 총 10개 부문으로 나뉘어 열렸다.

대구컬렉션 쇼 (7회) 비용은 3억원.

컬렉션과 섬유디자인교류전 등 4가지 핵심 행사에만 10억5천만원이
들었다.

행사장 관람객만 5만명에 달했다.

행사 관계자들은 이런 방대한 규모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한다.

섬유산업은 대구지역 제조업의 42.2%, 수출액의 76.9%를 차지한다.

대구 경북지역 직물생산은 전국의 72%.

사람수로 따지면 대구 제조업 인력의 거의 절반이 섬유관련업종 종사자다
(대구 제조업체 종업원중 섬유산업인력은 48.4%, 96 섬유공업통계).

대구가 섬유축제에 이처럼 중점을 두는 이유는 섬유 생산은 전국 1위인데
반해 패션완제품 생산액은 전국 6위인데다 중국등 후발주자의 추격으로
원단산업의 전망이 어둡기 때문.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섬유산업을 부가가치가 높은 패션산업으로
바꾸고 이같은 패션인프라를 외부에 알리는 길로 섬유.패션축제를 택한
셈이다.

섬유.패션축제의 시초는 85년 섬유아가씨 선발대회.

80년대후반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들어섰다는 말이 나오면서 패션컬렉션
(89년)으로 바뀌었다.

이 노력은 곧 패션디자인경진대회와 한복패션쇼 (90년) 텍스타일디자인
경진대회 (92년) 국제텍스타일디자인교류전 (96년)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대구는 매년 10월중순 "패션특별시"가 된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회장 박용관) 주최, 대구시와 통상산업부를
비롯한 15곳 후원.

대구패션조합 (대구중앙여성패션사업협동조합.이사장 서수웅
서웅어패럴대표)의 노력도 큰몫을 했다.

89년 뭉친 대구지역 디자이너들은 섬유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대구
컬렉션과 패션디자인경진대회를 주관한다.

이 조합의 특징은 투철한 지역경제 인식.

대구패션은 섬유산업과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중시, 컬렉션마다
대구산직물 사용을 주장한다.

최복호 대구패션조합 고문은 "이탈리아 패션의 수준은 우수한 직물
덕분"이라며 "디자이너와 직물회사가 꾸준히 공동작업을 펼치면 밀라노
같은 패션도시가 되는 날도 멀지 않다"고 얘기한다.

서수웅 패션조합이사장은 "올해는 소재 전시부스를 따로 마련해 대구의
1천7백여 직물.염색업체 대부분이 참가토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합은 92년 해외진출을 위해 만든 공동브랜드 "코지호 (KOZIHO)"로
자매도시 미국 아틀랜타 (93~95년)와 중국 청도 (93년)에서 패션쇼를
열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펼 예정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패션이 유망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서울 부산 광주에서도 패션컬렉션을
개최, 대구만의 색깔을 부각시키기 어려워진데다 해외인사 초청과 화려한
패션쇼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기 때문.

정원재 대구시 섬유공업과장은 "안으로는 대구경제 회생이 패션산업에
달려있다는 사실, 밖으로는 다른곳에서 패션에 10을 투입할 때 대구는
50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을 알려 "한국패션=대구"라는 공식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