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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칼럼] 여행문화 .. 오청미 <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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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유럽의 여러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많은
    일본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미국의 대도시나 유명관광지 또한 일본인들로 러시를 이루었다.

    엔화 상승을 타고 해외관광 붐이 엄청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의 저패니스타운 리틀 도쿄에 가면 촌티가
    물씬 나는 일본인들이 기다란 행렬을 끌며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림픽 이후 90년대에 들어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자 세계 각국 어디에
    가나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해외에 자주 나가 봐야 다른나라와 내 나라를 비교해보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고 생각, 해외여행은 적극
    장려되어야 한다고 믿었었다.

    그런데 일본인과 한국인의 관광하는 태도에서 현저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일본인들은 행렬을 서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질서 정연하고 조용하게
    움직인다.

    말도 속삭이듯 옆사람과 가만가만 하며 사람을 큰소리로 부르는 적이 없다.

    식당에서도 조심하게 앉고 얌전하게 식사를 하는 편이다.

    한국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있다가 차가 오면 우루루 몰려 탄다.

    타면서 이름을 큰소리로 불러대는가 하면 길에 침을 뱉는다.

    식당에서는 왜그리 시끄러운지 접시가 한개쯤 깨질것 같다.

    밥을 먹다가 씹던 밥이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리고 박장대소를 한다.

    식당을 나올때나 대로에서 트림을 끽끽 한다.

    남이 기분 나쁘든지 피해를 입든 말든 내가 한국에서 이랬는데 여기 와서
    바꿀 이유 있나 하는 식이다.

    심지어는 호텔 복도에서 싸운 친구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방문을
    차고 소리를 질러 같은 한국인임이 창피해 방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서성인
    적도 있다.

    쇼핑은 또 어떻게 하는가.

    물론 루이 뷔통 앞에 길게 선 행렬엔 일본인들이 많다.

    한국인들은 백화점이나 고급 상점에서 물건을 거칠게 만지고 이리저리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물건도 단체로 몽땅 사버린다.

    물질적으로는 이에 우리도 일본과 미국 못지 않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만큼 정신은 성숙되어 있지 않다.

    수준있는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기본 교양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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