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들의 강점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데 있다.

다만 상대방이 무방비인 것이 조건이되는데 이를 "소프트 타깃"이라
한다.

이제껏 "소프트 타깃"이 돼 온것은 주로 대사관 항공기 유명회사 등
정부나 국가를 대표하는 조직이나 개인이었다.

또 테러리스트들은 최소한의 인원과 무기로 최대의 연출효과를 노리려
든다.

다시 말하면 다수의 인명을 빼앗는 것보다 많은 제3자들에게 테러행위를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이를 "테러리즘의 극장화"라고 부른다.

특히 미국에선 매스컴을 통해 테러리스트들의 동향이 일일히 보도되는
현상을 가리켜 "테러비젼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영국의 대처전총리가 "테러리스트에게 TV는 산소와 같은 것"이라고
감상을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페루 일본대사관저의 인질극이 넉달만에 무력진압으로 끝났다.

진압과정에서 인질과 특공대원들이 약간 희생됐고 인질범은 모두
사살되는 유혈사태를 빚었지만 반(반)테러리즘의 승리란 값진 성과를
거뒀다.

우리로선 주재대사와 재일동포가 역류된 후 풀려났었기 때문에 별
관심없는 관객의 입장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 테러에 여러번 충격적인 피해를 봤었고 또 언제 그들의
테러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아래 우리가 관심을 안 가질수 없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대사관저를 점거한 투팍아마루혁명운동
(MRTA) 소속 테러리스트들의 소총이나 이에 대치했던 경찰군의 소총이나
모두 북한제 AK47과 AKM였다는 소식이다.

후지모리대통령의 전임 가르시아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AK47 10만정과
탄환 1천만발을 구입한데서 생간 현상이란 보도이다.

페루정부는 사건초기부터 인질들의 무고한 희생 가능성을 우려해
무력진압을 자재하고 평화적 해결을 모색했었다.

사건이 장기화되고 인질들의 안전문제가 제기되면서 가톨릭의
시프리아니주교 등 일부는 범인들의 요구조건 일부를 들어주자는 타협적
자세를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후지모리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했다.

테러행위에 굴복하면 또 다른 테러를 불러오게 된다는 것이다.

후지모리대통령의 이 단호한 태도야말로 페루사태를 올바르게 푼
해법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