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 거리에 이방인이 하나둘 늘어간다.

까만 피부에 작은 키의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

과거 일본 독일 미국 등으로 떠난 우리의 부모 선배와 크게 다를 바
없는데도 우리는 애써 그들을 외면한다.

윤인호 감독의 영화 "바리케이드" (제이콤 제작)는 이들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관한 얘기다.

"바리케이드"란 외국인과 우리, 그리고 모든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단단한 벽.

배경은 뜨거운 증기가 감도는 세탁물공장이다.

주인공 한식 (김의성)은 아메리칸 드림에 빠져 돈을 탕진하고 돌아온
아버지때문에 대학에 못가고 이곳에서 일한다.

그의 곁에는 칸, 쟈키 그리고 부토라는 3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

칸과 쟈키는 돈벌어 귀향한다는 꿈 하나로 폭언과 구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견딘다.

그러나 칸은 여자친구 부토가 공장장의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자
그녀와 함께 도망간다.

사투리 한국어를 쓰고 회교율법에 어긋나는 돼지고기를 먹으며 잘(?)
적응하던 쟈키 또한 경리담당 금이 (박은정)가 고향으로 부쳐준다던 돈을
갖고 달아나자 무너져버린다.

마음의 벽은 대학을 나온 칸과 무식한 쟈키, "말보로"를 피우며 미국
얘기만 되뇌이는 아버지와 한식 사이에도 존재한다.

아버지는 자욱한 담배연기 사이로 "너와는 다르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다 똑같다"는 메시지를 전하지만 한식은 귀를 막는다.

이 영화는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 덕에 관객은 무리없이 주제를 따라가게 된다.

세탁소는 영국영화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에서도 인종간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와 영국인)의 벽을 허무는 자리로
묘사됐다.

온갖 때를 녹여 깨끗하게 만든다는 점이 모티브를 제공한 듯.

5월10일 서울 코아아트홀 동숭씨네마텍 영화마당 등 전국 12곳에서
개봉된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