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해커들이 국내 전산망 수호를 위해 다시 뭉쳤다.
"네트워크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란 오명을 썼던 해킹 전문가들이 사이버
사회의 보안관으로 변신한 것.
인터넷 보안 솔루션 업체인 미소테크의 박창민씨.
그는 지난해 포항공대와의 전산시스템 해킹전쟁(일명 사과전쟁)으로 일약
국내 해킹 전문가들의 산실로 떠오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시스템
연구동아리 "쿠스(KUS)" 출신.
그는 KAIST를 졸업하고 지난해 9월말 이 회사에 입사, 얼굴없는 해커들과
총성없는 전쟁에 나섰다.
이 회사에는 또 "파워 해킹 테크닉"의 저자인 이서로씨 등 3명의 쿠스출신
해킹 전문가들이 옛날의 과오를 씻고 쿠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보안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이모씨 홍모씨 조모씨 등 국내 해킹세계의 대부로 통하는 쿠스
발기인들도 각각 서울대와 KAIST에 재학하면서 이들을 음으로 돕고 있다.
미소테크사의 파수꾼들은 지난달말 전산망의 보안 허점을 자동으로 검색해
해결책까지 제시, 해커의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네트워크 스캐닝 도구인 "보안 위저드"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이 제품은 세계 보안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맹주인 미국 ISS사에 도전할만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국내 시스템 보안 기술의 개가로 평가된다.
또 이 회사는 전산 시스템 보안문제를 체계적으로 검증, 인터넷을 통해
해결책을 공개하는 보안전문 웹매거진 "로그인"(http://login.misotech.com)
을 최근 인터넷에 개설했다.
최신의 해킹기술을 널리 알려 고도화및 지능화되고 있는 해킹수법에 대응
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박창민씨는 "해커는 결코 무정부주의자나 범죄자가 아닌 컴퓨터
자체가 목적인 고도의 컴퓨터 전문가"라고 말했다.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해킹은 "크래킹"이라고 부르며 따로 분류한다는 것.
그는 "컴퓨터 전문가로서 남들을 위해 봉사하는 해커들도 많다"며 "이들이
자부심과 명성을 갖고 일할수 있는 풍토 조성과 함께 이들을 양성해 보안
전문가로 육성할수 있는 체계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특히 아쉬워 하는 것은 국내 최고수준의 프로그래머인 최혁승씨가
노트북컴퓨터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홈뱅킹 사건을 일으켜 구속됐던
일이다.
최씨는 고1때 전국 PC경진대회에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60여개의 각종 상을 휩쓸며 KAIST에 특차 입학했던 인재.
"그나마 최씨가 보석으로 풀려나 "제1회 마이크로 로봇 월드컵 축구대회"
에서 활약할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천만다행한 일입니다"
미소테크의 보안전문가들은 정보통신부 산하의 정보보호센터 침해사고
대응팀 정회원으로도 활약중이다.
해킹 사건이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돼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범인을 색출하는 "해커 사냥꾼"으로 돌변하는 것.
이들은 앞으로 패치 위저드, 어드민 위저드, 위저드 슈퍼서버 등 보안 관리
도구를 잇따라 선보일 방침이다.
또 내년에는 방화벽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네트워크 보안툴을 내놓고
본격적인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나라를 "21세기 보안 강국"으로 만드는데 첨병 역할을 하겠다는게
이들 디지털 파수꾼들의 야심찬 포부이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