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박종서 <현대자동차 디자인 실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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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유기적 조형은 모든 인공적 조형의 영원한 전형이다"
독일의 바우하우스를 창설한 발터 그로피우스의 지적처럼 뛰어난 조형물은
반드시 자연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현대자동차 디자인실장 박종서
상무(50).
그도 요즘 자연에 푹 빠져 있다.
책속에 등장하는 딱정벌레들과 신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35만종의 딱정벌레는 그가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디자인 테마.
보다 완벽한 디자인을 위해 "영원한 전형"을 관찰하려는 노력이다.
딱정벌레만이 아니다.
하늘을 나는 종달새와 숲속을 누비는 표범...,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무엇이든 관찰대상이다.
세계의 모든 명차를 섭렵했지만 그에게는 단순한 참고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21세기 새로운 자동차의 원형을 찾아 "곤충채집"에 몰두할 뿐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메이커에서 2백명의 디자이너들을 이끌고 있는 그를
서울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한국종합전시장에서 만났다.
========================================================================
[ 만난 사람 = 김정호 < 산업1부 기자 > ]
-자동차디자인에 몸을 담은 것은 언제부터인지요.
"지난 79년부터입니다.
그전에는 6년동안 가전업체인 대한전선에서 TV등 전자제품을 디자인
했습니다.
가전 제품의 수출붐이 한창 일어날 때였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RP205"라는 TV였는데 금형이 닳아 세번이나
새로 제작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어요"
-자동차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된데는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습니까.
"일본 연수시절 저의 연수과정을 담은 글이 일본 자동차 전문잡지인 "카
스타일링"에 소개된 적이 있었죠.
그게 인연이 돼 현대자동차로 옮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저자신의 수준도 엉망이었지만 당시 국내자동차업계의
디자인 수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엔지니어를 보조하는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면 포니 이나 스텔라가 나왔을 땐데요.
"그렇습니다.
저자신의 능력이 달리다 보니 처음 느낀 점이 "배워야겠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전자제품과 달리 자동차는 움직이는 물체라서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즐거움과 안전 같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심미안적인 접근이 필요한
분야가 아닙니까.
그래서 바로 80년에 영국으로 건너갔어요"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을 수석졸업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 아트센터(Art Center)와 함께 자동차디자인에서는 양대산맥을 이루는
교육기관입니다.
2년간 배우고 나니 어렴풋이 방향을 알겠더라구요.
지름길을 찾았던 셈이지요"
-그 이후 현대에서 나온 모든 차량의 디자인을 총괄하셨지요.
스스로 디자인한 모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다면...
"다 애정이 가지요.
그래도 하나만 꼽으라면 티뷰론이 가장 맘에 들어요.
하고 싶은 것을 다해봤고 그동안의 노하우를 총집결시킨 모델입니다.
이 모델로 현대가 세계의 디자인을 리드했다고 생각합니다.
티뷰론의 컨셉트카인 HCD-I은 92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최우수 컨셉트카
로 선정된 모델입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디자인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일본업체보다는 한템포 빠르게 가고 있고 유럽과 같은 수준이라고 자부
합니다.
얼마전만해도 해외모터쇼에 나가면 벌을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3년전부터는 열등감은 완전히 벗어버릴수 있게 됐지요"
-디자인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는데요.
"물론이지요.
적어도 7~8년을 내다봐야 합니다.
현대도 이미 2000년까지 내놓을 차는 디자인이 완전히 끝나 있습니다.
지금은 2004년께 나올 차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아드님도 같은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의 디자인 교육에 문제가 많습니다.
아들놈이 배우는 것을 보니까 제가 배우던 것과 똑같아요.
창의력을 가르쳐야 하는데 기술만 가르쳐요.
30년동안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개인교습을 시키고 있습니다.
대학만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교육이 창의력을 키우는데 집중돼야 하는데 모든 것이 암기식
아닙니까.
이래선 가능성이 없습니다.
외국의 디자이너들은 자신과 싸우는 방법을 압니다.
교육방법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신입사원들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건 당연하겠습니다.
"입사하자마자 1천5백시간의 기본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대학에서 교육받았어야할 과정을 기업이 가르치는 셈이지요.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선채로 도제식 훈련을 받게 됩니다.
자동차의 선은 앉아서 그릴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충분치 않아요.
그래서 현대 디자이너의 20% 정도가 유학을 다녀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지요.
다만 디자이너들이 외국에 비해 젊은층으로 구성돼 있다는게 커다란 장점
입니다.
그러나 아직 창의력면에서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자동차 디자인의 추세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습니까.
"지금은 문화의 한 사이클이 바뀌는 변환점입니다.
1920년 마르코니가 라디오를 발명했을때를 기점으로 그 이전은 "유리상자
(Glass Box)시대", 그 이후는 "검은상자(Black Box)시대"로 구분하지요.
제품의 기능을 학습을 받아야 알수 있는 시대가 블랙박스시대입니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하이테크를 알고 싶어하질
않습니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한다고 할까요.
소비자들이 다시 유리상자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유입니다.
과거에는 소비자들도 성능과 기능만을 따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솔직해지고 편한한 것을 원하지요.
디자인도 마찬가집니다.
복잡한 디자인의 자동차시대를 끝났습니다.
단순하고 간단한 디자인이 득세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디자인을 배우려는 후배들에게 도움말을 주신다면..
"자동차 디자인을 하겠다고 자동차만 관찰하고 자동차만 그린다면 1백%
실패합니다.
모든 사물을 주의깊게 관찰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디자인의 모든 해답은 자연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아무리 디자인을 잘해도 어색합니다.
하지만 풀잎에 앉아 있는 메뚜기는 전혀 어색하질 않지요.
다리의 가시나 입을 오물오물하는 것.모두가 완벽하질 않습니까.
자연을 관찰하는 눈이 바로 디자이너의 생명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6일자).
독일의 바우하우스를 창설한 발터 그로피우스의 지적처럼 뛰어난 조형물은
반드시 자연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현대자동차 디자인실장 박종서
상무(50).
그도 요즘 자연에 푹 빠져 있다.
책속에 등장하는 딱정벌레들과 신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35만종의 딱정벌레는 그가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디자인 테마.
보다 완벽한 디자인을 위해 "영원한 전형"을 관찰하려는 노력이다.
딱정벌레만이 아니다.
하늘을 나는 종달새와 숲속을 누비는 표범...,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무엇이든 관찰대상이다.
세계의 모든 명차를 섭렵했지만 그에게는 단순한 참고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21세기 새로운 자동차의 원형을 찾아 "곤충채집"에 몰두할 뿐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메이커에서 2백명의 디자이너들을 이끌고 있는 그를
서울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한국종합전시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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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김정호 < 산업1부 기자 > ]
-자동차디자인에 몸을 담은 것은 언제부터인지요.
"지난 79년부터입니다.
그전에는 6년동안 가전업체인 대한전선에서 TV등 전자제품을 디자인
했습니다.
가전 제품의 수출붐이 한창 일어날 때였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RP205"라는 TV였는데 금형이 닳아 세번이나
새로 제작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어요"
-자동차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된데는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습니까.
"일본 연수시절 저의 연수과정을 담은 글이 일본 자동차 전문잡지인 "카
스타일링"에 소개된 적이 있었죠.
그게 인연이 돼 현대자동차로 옮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저자신의 수준도 엉망이었지만 당시 국내자동차업계의
디자인 수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엔지니어를 보조하는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면 포니 이나 스텔라가 나왔을 땐데요.
"그렇습니다.
저자신의 능력이 달리다 보니 처음 느낀 점이 "배워야겠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전자제품과 달리 자동차는 움직이는 물체라서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즐거움과 안전 같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심미안적인 접근이 필요한
분야가 아닙니까.
그래서 바로 80년에 영국으로 건너갔어요"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을 수석졸업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 아트센터(Art Center)와 함께 자동차디자인에서는 양대산맥을 이루는
교육기관입니다.
2년간 배우고 나니 어렴풋이 방향을 알겠더라구요.
지름길을 찾았던 셈이지요"
-그 이후 현대에서 나온 모든 차량의 디자인을 총괄하셨지요.
스스로 디자인한 모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다면...
"다 애정이 가지요.
그래도 하나만 꼽으라면 티뷰론이 가장 맘에 들어요.
하고 싶은 것을 다해봤고 그동안의 노하우를 총집결시킨 모델입니다.
이 모델로 현대가 세계의 디자인을 리드했다고 생각합니다.
티뷰론의 컨셉트카인 HCD-I은 92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최우수 컨셉트카
로 선정된 모델입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디자인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일본업체보다는 한템포 빠르게 가고 있고 유럽과 같은 수준이라고 자부
합니다.
얼마전만해도 해외모터쇼에 나가면 벌을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3년전부터는 열등감은 완전히 벗어버릴수 있게 됐지요"
-디자인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는데요.
"물론이지요.
적어도 7~8년을 내다봐야 합니다.
현대도 이미 2000년까지 내놓을 차는 디자인이 완전히 끝나 있습니다.
지금은 2004년께 나올 차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아드님도 같은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의 디자인 교육에 문제가 많습니다.
아들놈이 배우는 것을 보니까 제가 배우던 것과 똑같아요.
창의력을 가르쳐야 하는데 기술만 가르쳐요.
30년동안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개인교습을 시키고 있습니다.
대학만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교육이 창의력을 키우는데 집중돼야 하는데 모든 것이 암기식
아닙니까.
이래선 가능성이 없습니다.
외국의 디자이너들은 자신과 싸우는 방법을 압니다.
교육방법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신입사원들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건 당연하겠습니다.
"입사하자마자 1천5백시간의 기본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대학에서 교육받았어야할 과정을 기업이 가르치는 셈이지요.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선채로 도제식 훈련을 받게 됩니다.
자동차의 선은 앉아서 그릴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충분치 않아요.
그래서 현대 디자이너의 20% 정도가 유학을 다녀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지요.
다만 디자이너들이 외국에 비해 젊은층으로 구성돼 있다는게 커다란 장점
입니다.
그러나 아직 창의력면에서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자동차 디자인의 추세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습니까.
"지금은 문화의 한 사이클이 바뀌는 변환점입니다.
1920년 마르코니가 라디오를 발명했을때를 기점으로 그 이전은 "유리상자
(Glass Box)시대", 그 이후는 "검은상자(Black Box)시대"로 구분하지요.
제품의 기능을 학습을 받아야 알수 있는 시대가 블랙박스시대입니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하이테크를 알고 싶어하질
않습니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한다고 할까요.
소비자들이 다시 유리상자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유입니다.
과거에는 소비자들도 성능과 기능만을 따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솔직해지고 편한한 것을 원하지요.
디자인도 마찬가집니다.
복잡한 디자인의 자동차시대를 끝났습니다.
단순하고 간단한 디자인이 득세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디자인을 배우려는 후배들에게 도움말을 주신다면..
"자동차 디자인을 하겠다고 자동차만 관찰하고 자동차만 그린다면 1백%
실패합니다.
모든 사물을 주의깊게 관찰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디자인의 모든 해답은 자연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아무리 디자인을 잘해도 어색합니다.
하지만 풀잎에 앉아 있는 메뚜기는 전혀 어색하질 않지요.
다리의 가시나 입을 오물오물하는 것.모두가 완벽하질 않습니까.
자연을 관찰하는 눈이 바로 디자이너의 생명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