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9단이 배달왕기전 4연패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이창호 배달왕은 25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4기 SK텔레콤배 배달왕기전
(한국경제신문 주최, SK텔레콤 후원) 도전5번기 제3국에서 도전자 조훈현
9단에게 2백21수만에 흑으로 불계승, 종합전적 2승1패를 기록하면서 1승만
더하면 타이틀을 차지하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이날 이9단은 초반 열세에도 불구 끈질긴 투혼을 발휘, 상변에 백4점을
잡으면서 대세를 결정지었다.

이번 3국은 승부를 떠나 프로바둑의 진수를 보여준 한판.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 무려 8시간 30분동안 펼쳐졌다.

초반은 조9단의 페이스.흑을 쥔 이9단은 포석에서 3귀를 차지했으나 좌하귀
화점만 취한 조9단이 좌하변에서 백24라는 흔치 않은 정석을 쓰면서 하변에
이어 좌변에 집을 확보, 실리면에서 우위를 보였다.

바둑은 이어 상변 중앙에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됐다.

두 기사는 61에서 68까지 불과 8수를 두는데 무려 2시간 가까이 투자하는
등 이곳을 승부처로 인식, 장고를 거듭했다.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상변의 싸움은 우변에서 중앙으로 확전,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안개정국으로 치달았다.

결과적으로 조9단이 악수(106)를 범하면서 형세는 이9단쪽으로 기울었다.

106은 107의 곳에 두었으면 백이 유리했다는 것이 검토실의 평가.

이후 이9단은 상변의 백4점을 잡으면서 승기를 확보하고 하변 백집유린에
성공하면서 조9단의 항복을 받아냈다.

4국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날 조훈현9단은 승부를 떠나 여유있는 표정.

대국중반 이9단이 장고에 들어가면 조9단은 대국장을 나와 검토실의
프로기사들과 웃음띤 얼굴로 환담을 나누기도.

이처럼 지난 1,2국 때에는 볼 수 없었던 조9단의 행동에 김인9단 윤기현
9단등 10여명의 기사들은 "동양증권배를 석권해 이미 1억2천여만원의
벌었으니 배달왕기전 승부를 떠나 즐거울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입을
모았다.

<김형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