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반짝 회복기미를 보이던 PC 유통업계가 4월들어 다시 심한 불황을
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견 PC업체들의 연쇄부도를 지나 회복세를
나타내던 컴퓨터 유통시장의 매출이 이달들어 급락하고 있다.

특히 한보부도에 이은 진로쇼크가 PC시장을 엄습, 업체들이 어음할인에
애를 먹는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용산 상우회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4월을 맞아 지난달에 비해
용산을 찾는 고객들이 10% 이상 줄어든데다 한보에 이은 진로사태로 은행들
이 컴퓨터 업체엔 대출은 물론 어음할인도 꺼려 자금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세진컴퓨터랜드는 지난 2월에 3백70억원으로 떨어졌던 매출이 3월에는
4백50억원대로 올랐으나 4월들어 다시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용산에는 자금융통을 위한 대규모 덤핑 물량이 고개를 들고
있으나 중견업체들의 부도 도미노로 이를 거둬들이는 큰손이 줄어 내부
유통조차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또 대형 유통업체는 본격적인 비수기에 대비,재고물량을 줄이고 있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납품업체에도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컴퓨터 유통업계의 불황은 경기침체로 고가의 기호품인 컴퓨터에
대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데다 초.중.고등학교의 방과후 컴퓨터 과외
실시로 인한 반짝 특수와 MMX란 신기술 등장도 PC업계의 불황을 호전시키기
엔 역부족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관련, 최근 정부가 3백35억원의 "컴퓨터관련업체 특별자금"을
기업은행 국민은행 농협등에 풀었으나 실제로 담보능력이나 신용도가 낮은
군소업체들은 혜택을 받기어렵다는게 용산 상인들의 지적이다.

나진상가 지니트사의 Y사장은 "올해는 성수기를 보지도 못하고 비수기를
맞고 있어 상가의 분위기는 지난 2월보다 더욱 어둡다"고 전했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