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견 생명보험회사인 닛산생명보험이 전후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파산해 일본은 물론 우리에게도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일본경제의 거품이 제거되면서 파장이 수습되기는 커녕 금융시장전반에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음을 알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부도가 잇따라 발생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자칫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는 우리로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수익성이 낮고 지급능력이 부족한 신설 생보사들이 많은 우리
보험업계는 이번 닛산생보의 파산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비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총자산이 2조1천6백74억엔으로 업계 16위의 중견보험회사인 닛산생보가
파산에 이르게 된 원인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지난 80년대후반에 연평균 5.5%안팎의 높은
예정이율로 개인연금, 일시납 양로보험 등의 상품판매를 무리하게 늘린
탓이다.

거품이 꺼지고 10년만기 채권수익률이 3%대로 떨어진 저금리시대가
계속되자 엄청난 역마진이 발생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거품붕괴후 주식및 부동산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거액의
평가손실이 발생함으로써 경영악화가 더욱 가속화된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경영부실원인이 닛산생보 뿐만아니라 일본 생보업계에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한 예로 일본 생보업계의 총자산은 지난 87년말부터 89년말까지
2년동안에 40%나 증가했으며 특히 중견 생보사들은 무려 2~3배나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고금리상품이며 닛산생보의 경우 개인연금비중이
총자산의 49%에 달하고 있다.

장기계약이 대부분인 생보상품의 성격상 경영위기가 표면화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지만 일단 가시화된 경영위기는 쉽게 수습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값의 폭락및 낮은 금리수준이 지속될수록 금융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우리 생보업계의 상황도 일본에 비해 별로 낫다고 할수 없다.

지난 80년대후반에 생보사신설이 무더기로 허가돼 생보사수가 33개나
되지만 상위 4~5개사를 빼고는 대부분이 영업실적과 수익성 그리고 지급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보험사의 자산운용규제완화,생보사와 손보사의 부분적인
상호진출허용, 15대그룹의 생보업계 신규진입허용,보험료및 이자율배당
자유화 등의 조치를 통해 보험업계의 경쟁촉진및 구조조정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하지만 금융시장개방에 따른 금리하락에 대비해 자산운용위험을 줄이려는
국내 보험업계의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특히 신설 생보사들의 지급능력을 강화하고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려진 재경원의 증자명령및 권고가 시행되기 전에 크게 완화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사후수습보다 문제예방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